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나이가 들면 꼭두새벽에 잠이 깨는 경우가 많다. 잠자리에도 일찍 든다.
이는 습관이라기보다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노화는 우리 몸속 생체시계에 영향을 끼쳐 밤낮을 구별해 신체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잠자는 시간이 짧아지고 아침잠이 없어진다.
노년이 되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해 일찍 자고 일찍 깨는 현상이 나타난다. 멜라토닌은 잠자기 두 시간 전부터 분비량이 늘어나고, 해가 뜨면 줄어든다.
멜라토닌은 뇌 속 송과체에서 분비되는데, 나이가 들어 이 송과체가 퇴화해 멜라토닌 분비량도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노인이 되면 ‘서파 수면’이 현저히 떨어져 수면장애를 일으킨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통상 ‘논-렘’이라는 4단계를 거치는데 수면 구조가 정상인 사람은 논-렘에서 렘으로 이어지는 주기를 하룻밤에 4~6회 반복한다.
논-렘 단계는 ‘서파 수면’이라고도 하는데, 낮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으로부터 의미를 끌어내고 정리한다. 뇌의 해마는 서파 수면을 통해 온갖 사건에 대한 기억을 정립하고 같은 맥락 속에서 파악한다.
그러나 청년기 수면의 20%를 차지하던 서파 수면은 중년에 이르러 3%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수면을 통한 신체적, 정신적 회복이 더뎌지고 수면 중 각성 빈도가 증가한다. 수면 생리가 불안정해지면 다양한 수면장애의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
또 잘 때는 심부 체온이 평균보다 1도 정도 떨어지고 깰 때는 정상 체온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뇌의 시상하부가 노화하면 이 주기가 2~3시간 이상 앞당겨져 너무 일찍 자고 새벽에 깨게 된다.
신체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관절염, 전립선 질환, 과민성 방광 등 여러 종류의 만성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러한 질환은 숙면을 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자주 잠에서 깨게 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생체 리듬을 만든다.
노년기 수면장애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스트레스·우울증 같은 심리적·정신적 문제가 있으면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불규칙한 생활습관 △자주 또는 오래 누워 있는 습관 △복용하는 약물 △과도한 카페인 섭취 △음주 △흡연 등도 불면증에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인 수면시간도 중요하다. 특정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면 생체 시계도 서서히 이에 적응한다. 수면은 우리 몸의 생체 시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면 및 기상 시간이 불규칙하면 잠들기는 더 어려워진다.
일찍 일어났다고 억지로 낮잠을 청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낮 시간의 활동량을 늘려 밤에 깊은 잠을 자는 게 좋다. 낮에 충분히 햇볕을 쬐면 멜라토닌이 생성돼 수면주기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