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심성신 차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질염은 여성 생식기인 질에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이 침입하여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여성에게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건강 문제 중 하나이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뿐 아니라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염의 종류와 원인
젖산균은 질 내 산도를 유지함으로써 병균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어떤 원인이든 질 내 환경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 즉 젖산균이 줄어서 질 내 산성도가 떨어지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 폐경, 정액 유입, 질 세정 제품 사용, 감염 등으로 질 내 환경이 알칼리성으로 바뀌면 쉽게 염증이 일어난다.
더불어 질염은 여성의 연령과 호르몬 상태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에스트로겐과 성생활에 따라 산성 환경 유지가 달라져 감염에 대한 방어력이 다르므로 맞춤형 접근이 필수다.
•세균성 질염
정상적인 질균 무리에 변화가 생길 때 발생하는 감염 질환으로, 질 내 유익균인 젖산균이 없어지고 혐기성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나타난다. 세균성 질염에서는 혐기성 세균인 가드넬라, 마이코플라스마, 유레아플라스마 등의 집락이 정상보다 훨씬 많아진다.
•칸디다성 질염
칸디다성 질염은 일종의 곰팡이균인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가 습한 음부에 서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임신, 당뇨병, 면역억제제, 항생제, 부신피질호르몬 제제, 항암제를 사용하여 면역 기능이 떨어진 경우 외음부 질 칸디다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여성의 약 75% 정도가 평생에 한 번은 외부생식기-질 칸디다증에 걸리며, 약 45% 정도는 1년에 2회 이상 재발을 겪는다.
•트리코모나스 질염
트리코모나스는 남녀의 성기에 잘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성 접촉으로 인한 전파력이 매우 강력해 감염된 파트너와 한 번만 성관계를 해도 70% 이상이 감염되는 성병으로 남녀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감염된 여성이 성교 상대가 여러 명이거나 성병 기왕력이 있다면 임질, 클라미디아, 매독, 에이즈 검사 등을 해 보는 것이 좋다.
•염증성 질염
감염 외에 질 또는 외음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상태, 예를 들어 화학 물질 또는 기타 물질(예: 위생 제품, 버블 배스, 세탁용 세제, 피임용 발포제 및 젤리, 합성 내의)이 질을 자극하여 분비물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염증을 비감염성(염증성) 질염이라 한다.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냉(대하) 검사를 해 보면 연쇄상구균이 주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발생하는 위축성 질염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난소에서 주로 생성되기 때문에 난소를 양쪽 다 잘라 내는 수술을 받았거나 난소 기능이 다한 폐경 이후의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진다. 이로 인해 질벽세포가 축소되고 정상균도 감소하여 질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질염의 여러 증상
세균성 질염은 황녹색 또는 회색 분비물과 함께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이 특징인데, 냄새는 성교 후나 월경 중에 더 강해지고 가려움, 발적, 부기 증상은 흔하지 않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물처럼 흐르는 다량의 냉으로 속옷이 젖거나 악취가 나며, 질 입구가 따끔거리는 자극감과 함께 가려움증이 있어 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외부생식기-질 칸디다증은 흰색 치즈 같은 분비물이 있으면서 가려운 것이 특징이다. 때로 외음부와 질이 쓰리거나 화끈거리는 자극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염증성 질염은 고름 같은 질 분비물이 많아지고 외음부나 질에 화끈거림, 자극감, 성교통 등이 나타난다.
위축성 질염은 외음부나 질이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고, 고름 같은 분비물이 많아지며 질벽 위축에 따른 성교통, 성교 후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자가진단에 따른 약물치료는 금물
원인에 따라 항생제, 항곰팡이제, 여성호르몬제 등으로 치료하는데, 질환별로 치료가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부적절한 약물을 사용하면 치료 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약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질병이 만성화될 수 있다. 따라서 질염 증상이 있으면 경험적 약물 치료보다 적절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 요인 및 예방
질염을 예방하려면 질의 자정 능력을 해치는 조건을 피해야 한다. 경구피임약, 부신피질호르몬 제제, 항암제, 무분별한 항생제 투약 등도 질염 발생 위험을 높이는 조건이다. 질 내 적정 산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질 내 세정을 자주 하지 말고, 다수의 파트너와 과도하게 성관계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나일론 속옷이나 꽉 끼는 청바지 같은 옷을 착용하면 땀의 발산이 안 되고 음부에 습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질염이 잘 생길 수 있으니 피한다. 당뇨병이 있는 여성의 경우 면역이 떨어질 뿐 아니라 소변에 당이 배출되므로 세균이나 진균(곰팡이)에 의한 질염이 생기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