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정진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부교수
난청의 원인은 무엇일까
난청은 발병 시기에 따라 선천성 난청과 후천성 난청으로 나뉜다. 태어날 때부터 청력에 이상이 있는 선천성 난청은 신생아 1000명당 2~3명에서 발병할 정도로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그런데 태어난 후 얻게 되는 후천성 난청의 경우는 이보다 10배 이상의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에 15억 명의 난청 환자가 있고, 이 중 4억 3천 명 정도는 장애성 난청을 경험하고 있다. 그만큼 난청환자는 흔하지만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해서 한마디로 난청의 원인을 단정해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2009년 사람의 전장 유전체(한 생물체가 가진 모든 유전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술이 실제 치료에 적용되면서 지난 15년간 난청에 대한 유전적 원인을 상당히 많이 규명하였다. 일반적으로 선천성 난청의 경우 약 50~60%가 유전적 원인을 가지고 있고, 후천성 난청인 경우에도 약 40%에서 유전적 원인이 확인되고 있다. 유전적 원인은 난청 발병과 진행 위험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큰 소음에 노출되는 환경이나 노화 같은 신체 변화는 난청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난청 유전자를 왜 찾아야 될까
난청의 절반 이상은 유전적 원인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난청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난청 연관 유전자는 150여 개 이상이며, 앞으로 더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의학계는 예측하고 있다.
원인 유전자가 다양한 만큼 유전자에 따라서 난청의 발병 시기, 진행 여부 및 정도, 약물 치료 가능성이 달라진다. 또한 난청 악화 위험 인자에 따라 보청기 사용 및 인공와우 수술 후 증상의 변화 역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난청이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항생제 치료를 하면 청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유전자의 이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 난청 진행을 늦추거나 일부 회복이 가능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어떤 환자는 면역 억제제인 라파마이신을 복용했을 때 난청과 이명이 일부 회복된 사례가 있으며, 또 다른 환자는 염증 억제제인 아나킨라 주사 치료 시 감각신경성 난청이 호전되었다.
난청은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꽤 많은데 메니에르병(귀울림, 난청과 함께 갑자기 평형 감각을 잃고 현기증이나 발작을 일으키는 병)과 같이 그동안 원인을 잘 몰랐던 난치성 질환에서도 원인 유전자들이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이렇듯 난청은 원인 유전자를 찾게 되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치료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귀가 안 좋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유전자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점쟁이 난청 유전자, 청각 재활의 향후 경과를 예측하다
난청의 원인 유전자를 찾는 경우 약물 치료가 가능하기도 하나 대부분 보청기나 인공와우 이식술 등 청각재활치료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말소리를 50% 이상 알아듣는 경중도 난청 환자에게는 보청기를 통한 재활 치료를 하고, 말소리를 50% 미만으로 듣는 고심도 환자에게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인공와우의 경우 수술을 받고 향후 경과를 예측하는 경우 환자가 어떤 난청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
일부 난청 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경우 인공와우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예외적인 일부 난청 유전자를 제외하면 인공와우 수술 후 예후가 대체로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난청, 유전자 치료를 주목하라
최근까지도 선천성 고도 난청은 청력을 온전하게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인공와우 이식을 통한 청각 재활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4년 중국 푸단 대학교 연구팀은 선천성 난청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아 다섯 명에게 유전자 치료제를 주사하여 청력을 회복시켰다. 이 성공적인 사례는 인공와우가 없어도 청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으로, 난청을 정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전환점이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는 OTOF 유전자 돌연변이 난청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 시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단계에서 검토해 본 임상 시험 결과들은 매우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머지않아 세계적인 공인 기관의 승인과 함께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치료 성과가 있음에도 많은 환자가 이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희소한 병이다 보니 의료 시장이 좁고 개발 비용이나 구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언젠가는 해결이 되리라 희망을 가져 본다.
다음 난청 치료제는 어떤 유전자를 대상으로 개발될까? 현재 과학자들은 여러 난청 유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가 의료 시장에 나올 때까지 난청인들은 왜 자신의 귀가 약해졌는지 원인 유전자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고, 귀가 많이 망가지면 유전자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으므로 평소에 ‘귀를 귀하게’ 잘 보호하고 기능을 보전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