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최근 끊이지 않는 스토킹 살인과 교제폭력 등 이른바 ‘관계성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결과적으로 스토킹이 ‘살인의 전조’였던 경우가 올해만 70건이었다.
경찰이 관계성 범죄를 막기 위해 25일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피해자와 격리시키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살인사건 388건 중 70건이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가 선행된 범죄로 확인됐다.
경찰이 분석한 70건의 관계성 범죄 살인사건에서 피해자는 여성 56명(80%), 남성 14명이었으며, 가해자는 남성 59명(84.3%), 여성 11명이었다. 유형별로는 △가정폭력 39건 △교제폭력 18건 △스토킹 9건 △성폭력 3건 △성매매 1건이다.
범행 동기로는 △보복(14.3%) △이별 통보(25.7%) △외도 의심(25.7%) △말다툼・무시(12.9%) △경제적 문제(7.1%) △정신질환(5.7%) 등이 꼽혔다. 이는 관계성 범죄가 단순한 충동이 아닌, 반복적 전력과 관계 갈등이 누적된 결과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경찰은 우선 가해자를 격리하기 위해 첫 신고부터 이전 피해 내용을 파악해 전자발찌 착용과 유치, 구속 등을 적극 신청하기로 했다. 접근금지 조치를 해도 범행을 저지른 사례(7건)가 있었다. 이와 함께 CCTV와 스마트워치, 민간 경호 등 피해자 안전조치를 강화한다.
피해자 휴대전화에 가해자 정보를 입력해 가해자가 전화나 메시지 등 연락을 시도하면 즉시 경찰에 통지되는 앱도 개발하기로 했다.
경찰은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제재조치를 받은 직후가 보복범죄 우려가 가장 큰 시기라는 걸 고려한 조치다.
가해자에 대한 제재 조치나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격리 기간이 종료돼도 위험도가 낮아질 때까지 피해자에게 민간 경호,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안전조치를 제공한다. 피해자는 원하면 민간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 2명이 출퇴근 및 외출 시 동행하는 서비스를 2주간 이용할 수 있다.
경찰은 피해자의 상담 내용, 가해자 정보 등 데이터를 학습시켜 범죄 발생 패턴과 조치 사항을 분석하는 AI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경찰은 친밀했던 관계에 기반한 관계성 범죄에서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어 위험 요인이 높고 재범 위험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또 범죄 전력이 없어도 비교적 빠르게 살인 등의 강력 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피의자가 진술한 범행 동기는 단순 의심을 포함한 외도(25.7%), 말다툼·무시(14.3%), 이별 통보·만남 거부(12.9%) 순으로 나타났다. 접근금지 처분 등 경찰이 개입한 데 대해 보복하기 위한 범행(7.1%)도 있었다.

경찰은 이런 범행 특성에 따라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인 신고를 하도록 하고, 강력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중 33.8%(24명)는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았다. 이는 관계성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심리적, 경제적으로 얽혀 처벌 의사를 명확히 하지 못하는 구조적 현실과 무관치 않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접근금지 위반을 감지하는 ‘자동신고 앱(App)’을 개발하는 이유다.
경찰청은 이 같은 종합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계성 범죄 대응 정책협의체’도 신설한다. 이 협의체는 관계성 범죄를 △수사(경찰) △가해자 제재(법무부) △피해자 지원(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예방 교육(교육부) 등 분야별로 나눠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이번 종합대책은 가해자 중심이 아닌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 대응을 위한 전환점”이라며 “관계성 범죄가 더는 개인 간 불화로 치부되지 않도록, 구조적 폭력에 맞선 범국가적 대응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