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슈] 뜨거운 감자 '생활동반자법' 수면 위로

  • 등록 2025.09.04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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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생활동반자법’ 발의...21대 국회에 이어 발의
"결혼 안 한 커플에게도 가족과 같은 동등한 권리를“
"비혼·사실혼 가족의 불안 해소해야"
반대측, "사실상 동성혼을 용인하는 것"
사실혼과의 차등와 문제도 논란거리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1인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혼인이나 혈연이 아니더라도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는 이들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자는 ‘생활동반자법’(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실제 법적 가족이 아닌 친구, 애인 등과 함께 사는 비친족가구가 지난해 기준 110만 명을 넘었다. 또 2020년 여성가족부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7%가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문제를 다룬 기사에는 수많은 찬반 의견이 달리는 등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지만, 여전히 보수 단체의 반대와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으나 회기 만료로 무산됐다.

 

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성년인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생활을 공유하고 돌보는 관계를 ‘생활동반자’ 관계로 규정하고, 기존의 혼인(혼인신고를 한)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다.

 

법률혼과 생활동반자관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대방의 가족과 인척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라는 점이다.

 

결혼이나 혈연으로 묶인 가족이 아닌 친구, 애인 등도 가족이 가지는 권리와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이다. 동거·비혼·성소수자 공동체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권 안에서 보장하자는 취지다.

 

용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전통적 가족 중심의 낡은 법과 제도는 현실의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가족의 존엄을 폭넓게 보장하려면 가족 정책의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서로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도 곁을 지키기 어렵고, 혼인과 혈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살 집을 구하거나 공동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법과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응급상황에 동반자의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고, 장례의 상주가 되어줄 수도 없다.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모든 가족에게 사회 전 영역에 걸친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활동반자법에는 생활동반자관계 역시 기존의 가족관계와 같이 법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민법을 비롯하여 총 25개의 법률을 개정하는 내용이 함께 담겨 있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생활동반자 당사자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출산휴가, 인적공제 등의 제도에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다.

 

한쪽이 원하거나 다른 사람과 혼인할 경우 해소되며, 이 과정에서 사실혼과 유사하게 재산분할 청구나 양육책임 협의가 가능하다.

 

용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에는 더불어민주당 염태영·이광희·이수진·황명선 의원, 진보당 손 솔·전종덕·정혜경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 9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여러 쟁점과 문제점

 

생활동반자법은 급변하는 가족 형태를 포용하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 및 사회적 가치관의 대립으로 인해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사실혼과의 차등화 및 상속 문제

 

이미 우리 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대해 일정 부분 법적 보호를 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이 도입되면 사실혼과 생활동반자관계 사이의 권리 범위나 의무 수준을 어떻게 차등화할지 법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현재 발의안들은 상속권까지는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실질적인 부양 의무를 다한 동반자에게 상속권이 없을 경우 ‘반쪽짜리 보호’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상속권을 인정할 경우 기존 혈연 가족의 상속권 침해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나 주택 청약 혜택 등을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하거나, 제도적 이점만 챙기고 돌봄 의무를 저버리는 ‘위장 동반자’를 걸러낼 명확한 검증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사회적·문화적 가치관의 대립

 

이 법이 만들어지면 ‘동성혼 합법화의 우회로’가 될 것이라는 게 보수 진영과 종교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지점이다.

 

이 법이 동성 커플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단계적 절차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혼인과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약화되고, 책임감이 덜한 가벼운 결합이 확산되면서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 제도가 붕괴될 수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특히 생활동반자 관계 내에서 아이를 양육할 경우, 혼인 관계가 아닌 불안정한 결합 아래서 자라는 아동의 복리와 정서적 안정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설득력은 있다.

 

-제도 운용 및 행정적 부담

 

피부양자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재정에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한다. 이는 기존 납세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번질 소지가 있다.

 

관계 해소 시 분쟁 조정도 문제다.혼인만큼 엄격하지 않은 절차로 관계가 맺어지고 해소될 경우, 재산 분할이나 양육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분쟁이 급증하여 사법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외국은? 유럽은 수십 년 전부터 허용...동성혼 보호에서 출발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의 적지 않은 국가에서는 전통적인 혼인 제도 외에 다양한 결합 방식을 법적으로 보호해 왔다.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초기에는 동성 커플 보호를 위해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질적인 돌봄 공동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의 ‘팍스’(PACS)이며, 그 외에도 독일, 영국 등 여러 국가가 각자의 사회적 합의에 맞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시민연대계약’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팍스는 1999년 도입된 제도로, 현재 전 세계 생활동반자법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꼽힌다.

 

처음에는 동성 커플의 권리 보호를 위해 고안되었으나, 현재는 이용자의 90% 이상이 이성 커플일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혼인보다 성립과 해지가 매우 간편하다. 법원이 아닌 관공서 신고만으로 가능하며, 한쪽의 의사만으로도 해지할 수 있다.

 

세제 혜택, 사회보장, 주거 지원 등에서 혼인과 거의 동일한 혜택을 준다. 프랑스의 출산율 유지와 1인 가구의 고립 방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은 2001년 동성 커플만을 대상으로 한 ‘시민파트너십법’을 제정해 혼인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했다. 2017년 동성혼이 완전히 합법화되면서 기존의 파트너십 제도는 동성혼으로 통합되거나 전환되는 추세다. 독일의 사례는 파트너십 제도가 동성혼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시민파트너십’(Civil Partnership)은 대상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한 사례다. 2004년 동성 커플만을 위해 도입되었으나 2019년부터는 이성 커플도 시민파트너십을 선택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되었다. 결혼이라는 종교적·전통적 형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커플들에게 법적 보호를 제공하기 위헤서다.

 

이밖에 북유럽 국가(스웨덴, 덴마크 등)들은 별도의 계약 없이도 ‘함께 사는 사실’ 자체에 중점을 둔다. 일정 기간 이상 함께 거주한 동거 커플에게 공동 주택이나 가재도구에 대한 권리를 자동으로 부여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수용되어 있다. 복지 혜택도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한기봉 기자 healtheco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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