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문신(tattoo, 타투)이 조폭의 등에서 벗어나 개성과 멋을 표현하는 ‘패션’이 된 지 오래다. 국민 4명 중 1명꼴인 1천300만여 명이 눈썹 문신이나 타투 등 반영구 문신을 할 만큼 문신은 일상화됐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반영구 화장까지 포함한 문신 업계에 종사자는 20여만 명,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는다.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문신사)의 예술성과 창의성은 세계에 정평이 나있고, 헐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이 타투 시술을 받기 위해 올 정도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전 세계에서 이슬람권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만 ‘불법’이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33년 만에 드디어 불법행위에서 벗어나게 됐다.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을 재석 202명 중 찬성 195명, 기권 7명 여야 합의로 가결했다.
제정안은 문신과 반영구 화장을 모두 문신 행위로 정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게만 문신사(타투이스트)의 독점적 지위를 부여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문신 제거는 금지된다.
또 보호자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문신 행위는 금지하고, 국민의 건강·안전을 위해 문신사에게 위생 및 안전관리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문신 행위 실시 일자, 사용 염료의 종류 및 양, 문신 부위·범위 등에 대한 기록·보관 등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치과의사, 한의사 등의 문신행위 가능 여부는 보건복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법 시행일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으로 했으며 시행 이후 최대 2년간은 임시 등록 등의 특례를 두도록 했다.

◇불법으로 묶여온 문신사들의 시술
그간 문신사들의 문신 시술은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왔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문신사들은 여러 차례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매번 합헌 결정이 났다. 2022년 마지막 헌법재판에서는 5대 4였다.
물론 현실을 감안해 문신 행위가 고발이 되더라도 건강상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벌금 부과 정도로 끝나고 구속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법과 현실 사이에 너무나 큰 괴리가 있으며, 문신이 대중적 트렌드가 된 만큼 관리감독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 이어져 왔다.
이에 문신 행위를 법적 테두리 안에 두려는 ‘문신사법’이 2013년 처음 발의된 후 19∼21대 국회에서 계속 제출됐으나 의사단체의 반발과 회기만료로 번번이 좌초됐다.
그러다 이번 국회에서 문신사를 직업으로 합법화하겠다는 여당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여야 발의안을 병합 심사한 대안이 만들어졌다.
◇문신 단체의 환영과 대국민 약속
33년 만에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문신사 단체는 “이제야 떳떳해졌다. 직업적 자긍심을 갖고 안전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약속드리고 K-타투를 세계 최고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긴급 임시총회를 열어 독립적인 윤리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하고, 불법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자격을 박탈하는 강력한 자체 규범을 세운 정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문신과 문신사에 관심을 갖고 법안을 계속 주도적으로 발의해온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문신은 우리 국민의 30% 정도가 경험한 일상이자 문화이고 30만 명이 넘는 문신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생업”이라며 “문신은 더는 불법의 영역이 아니라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관리되며, 당당한 ‘K-타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는 여전히 우려 표명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문신은 피부에 영구적인 색소를 주입하는 의료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여전히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은 “문신은 감염, 알레르기, 쇼크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는데, 응급 상황에 대한 전문 의료 대응이 불가능한 비의료인에게 문신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문신사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행위가 되려면 의협이 교육·관리를 맡아야 한다”며 “법 통과 이후에도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도록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또 치과의사와 한의사 등의 문신 행위에 대해서는 “문신이라는 행위는 피부 바깥쪽을 뚫고 피부 염료를 주입하는 것이고 이 행위가 허가된 직역은 의사가 유일하다. 면허 허가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한의사·치과의사에게는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신 시술을 하려 하거나 할 줄 아는 기술을 가진 의사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한편 복지부는 “문신사법은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 협의 과정을 거쳐 제정된 것으로 문신업이 제도화 틀 안에서 안전하게 운영되고 이용자·시술자의 권익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신 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급 상황 등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향후 전문가·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의 건강·안전을 최우선시해 제도 시행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