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의혁 차의과대학교,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신부가 만성질환이 있을 때 약물 복용을 해도 될까
고혈압, 당뇨, 갑상샘 질환, 천식, 뇌전증 및 우울증 등 만성질환이 있는 임신부는 고위험 임신에 해당한다. 특히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성 당뇨는 흔한 질환이므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임신 전부터 관리를 해야 하고, 만일 해당 질환 진단을 받았다면 임신 기간 내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진단을 받은 일부 임신부 중에는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하여 약물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약물 복용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병이 악화되어 태아나 임신부 모두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신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여성의 경우 일단 임신을 확인하게 되면 의사와 상의 후 임신 중 복용해도 괜찮은 고혈압약으로 바꿔야 한다.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임신을 희망하는 여성 역시 미리 임신 중 사용 가능한 약물로 바꿔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당뇨는 고혈압과 달리 임신 중에 복용이 가능한 약물이 없다. 임신이 확인되면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당뇨를 앓고 있으면서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임신 가능성에 대비하여 미리 인슐린으로 바꿔 당뇨를 조절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것은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서 당뇨나 고혈압 모두 임신 중에는 임신 전보다 더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밖에 천식, 뇌전증 및 우울증도 임신 중 복용해도 괜찮은 약물을 선택하여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병이 있어도 임신 초기부터 적절한 관리를 한다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으므로 만성질환 약물을 자의적으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임신부가 복용해도 괜찮은 의약품
일반적으로 대부분 약물은 임신 중 복용해도 안전하니 임신인 줄 모르고 약물을 복용하였다고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열이 났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타이레놀의 경우 임신 기간 내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 약은 임신부 대상 장기 복용 사례와 오랜 기간에 걸친 안전성 평가를 통해 사용 근거가 마련되었다. 또한 권장용량 범위 내에서 단기간 복용하면 태아 기형 확률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소화제의 경우에도 파모티딘 계열의 H2 차단제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고 제산제 역시 안전한 약물에 속한다. 변비 치료에 사용되는 마그네슘이나 락툴로오스 성분의 약품도 마찬가지다. 혹시 감염이 되었거나 염증이 있는 경우도 알레르기만 없다면, 세파계 항생제나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임신 기간 내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임신 중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 대한 대처
임신 직후 나타나는 증상 중 산모에게 큰 불편함을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입덧이다. 입덧이 심하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더 심해지니 토하게 되더라도 계속 조금씩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수액 주사 역시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
특히 최근에 나온 디클레틴 계열 약물은 효과가 높다. 감기와 두통의 경우도 코프시럽이나 타이레놀 같은 약들은 사용이 가능하다. 두통, 발열을 비롯해 통증 조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은 하루 복용량인 4000mg만 넘지 않는다면 임신 기간 내내 안심하고 사용해도 괜찮다.
임신 후기에는 임신부의 자궁이 커지면서 상복부를 압박하게 된다. 이때 횡격막이 위로 밀려 올라가면서 기침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심한 감기에 걸렸다면 의사 처방을 받아 기
침 증상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열이 난다면 폐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확인해야 하며, 확진 판정을 받으면 항생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 준비 중 주의해야 할 의약품
여드름 치료제로 쓰이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경우 투여 기간이나 용량에 상관없이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임신 준비 중이라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만약 의료 목적 때문에 해당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면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한다.
남편 역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탈모 치료제 성분인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을 복용하면 안 된다. 이 약물은 여성의 불임이나 기형아 출생(남아 태아)을 유발할 수
있다. 여성 또한 약에 직접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복용 지속 여부는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뇌전증 치료제 성분인 발프로산은 태아 신경관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만 임신 전 뇌전증 진단을 받았는데, 임신 중 약물 조절을 하지 않아 임신 중 뇌전증 증상이 발생한다면 태아나 산모에게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하여 약물 선택과 복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혈압약, 고지혈증약, 조울증약, 항생제 등도 태아 발달에 영향을 주거나 기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임신 준비 혹은 임신한 경우에는 복용 중단, 복용 조절, 식이 습관 변화 등을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약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병이 산모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더 크므로 증상이 심할 때는 의사와 상담하여 치료 방향을 결정하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체 약이 있으니 처방을 잘 따른다면 약물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신 중 복용하면 좋은 약물들
임신 초반기에는 엽산 성분이 든 약을, 임신 중반기 이후에는 철분제를 먹는 것이 좋다. 그 밖에도 다양한 영양분이 필요한데 이것저것 챙겨 먹는 것보다는 엽산과 철분이 함께 들어간 종합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다만 우리나라 임신부 중 영양이 부족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양제 투여보다는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태아의 신경 발달을 위해 추천되는 오메가-3나 DHA는 고등어·참치·연어 같은 생선에 풍부하다. 또한 닭가슴살·콩류에 많은 단백질과, 우유·치즈·멸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칼슘 등도 임신 중 권장하는 음식이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을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안전하게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엄마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약을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