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저속노화’ 하면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다. ‘EBS 명의’, ‘생로병사의 비밀’, ‘유퀴즈온더블럭’ 등에 출연해 낯이 익은, 몇 안 되는 노년내과 전문의 중 한 명이다. 2024년에는 <저속노화 식사법>이라는 책을 냈다.
정 교수가 얼마 전에 출간한 책 제목도 ‘저속노화 마인드셋’이다.
정 교수가 주장하는 핵심은 “마음의 속도가 결국 몸의 속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야말로 저속노화의 본질적 해법임을 강조하며,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지치지 않기 위한 마인드셋을 제안한다.
하버드대 출신의 사회역학자 베카 레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수명이 7.5년 더 짧다고 한다. 생각의 방향이 실제 생리적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노화는 단지 세포의 쇠퇴가 아니라, 개인이 그 쇠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가속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마인드셋’이란 이렇듯 몸에서 마음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노화와 회복의 메커니즘을 연구해온 저자는 그동안 수많은 환자와 독자를 만나오며 저속노화 개념이 악용되거나 오남용되는 현실을 목격했다고 한다.
겉보기에 젊음을 유지하려는 강박, 무리한 루틴과 실현 불가능한 기준, 성과 중심의 건강관리가 오히려 우리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늙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저속노화’에 대한 흔한 오해와 잘못된 통념들을 하나하나 재정의하고 있다. 건강관리를 회피하려는 인간 심리와 건강루틴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오해와 우리가 모르는 도파민의 두 얼굴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노화는 막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나이 드는 태도’를 갖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응이라고 소개한다.
둘째, 속도 조절을 위한 마인드셋 전환이다. 성과 중심 사회와 ‘빨리빨리’ 문화가 오히려 내면과 몸의 조화를 깨뜨린다고 본다. 마인드셋은 쉽게 말해서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일하는 방식이나 휴식시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삶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마인드셋”이 저속노화이며, 경쟁과 비교 보다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태도를 제안한다.
셋째, 구체적 실천과 자기돌봄의 일상 루틴을 소개한다. 본인이 직접 실천해온 생활 패턴으로 수면, 식사, 움직임, 독서, 명상 등의 습관들이 모여 몸의 리듬을 되찾고 마음의 균형을 회복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하루 중 잠깐의 산책, 식사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기, 잠자리에 들기 전 가볍게 호흡을 고르는 습관 등은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 건강할 거라 착각하고, 과로와 수면 부족을 자기관리로 포장하며 쉬는 시간조차 회복보다 해방으로 소비한다. 이런 시대에 회복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고, 건강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잘 살아 보이기 위한 무대장치가 된다. 저자는 이것이 ‘가속노화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잘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몸과 마음을 침묵시킨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늙지 않고 오래 살기란 요원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가속사회의 흐름에 무기력하게 편승하지 말고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내면과 현실을 돌아보라고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마인드셋을 통해 진짜 저속노화를 위한 근본적인 마음을 설계하라고 외친다.
저자는 실제로 자기 삶 속에서 어떻게 저속노화를 실천해왔는지 공유한다. 달리기는 그에게 또 다른 정신 활동이다. 심장이 아니라 뇌를 달리게 하는 것이며, 움직이는 명상이다. 악기 연습은 쓰기 위해 채우는 삶의 감각을 연습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들여다보는 행위다. 저자가 실행하는 이 모든 과정이 저속노화의 메타포 그 자체다. 그것은 자기 서사를 천천히, 제대로 써 내려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