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자녀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학대한 부모는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한 일명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이 드디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의 시행일은 2026년 1월 1일이지만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례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구하라법’의 핵심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미성년 시절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 또는 심하게 부당한 대우를 했을 경우 법원의 판단을 거쳐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피상속인은 생전에 공정증서를 통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으며, 유언이 없는 경우에도 공동상속인은 해당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가정법원이 최종 판단을 맡아 유족간 분쟁을 방지토록 한다.
이 법안은 지난 2019년 미혼 상태로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 씨 사건이 계기가 됐다. 구씨가 어렸을 적 구씨 남매를 버리고 집을 나가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구씨가 사망하자 20년 만에 찾아와 상속권리를 요구한 것이다.
당시 민법으로는 양육 책임과 무관하게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 미혼 상태의 자녀가 사망하면 그 부모의 상속권이 기계적으로 인정됐다.
이듬해 구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법안의 입법을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제안했다. 청원은 부양의무를 현저히 저버린 직계존속과 비속을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하자는 내용을 담았고, 게시 사흘 만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21대 국회에서는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유족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여론에 따라 법무부가 2022년 6월 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고, 2024년 국회를 통과해 2026년 1월 1일자로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입법 기간 동안 구씨의 생모는 소송을 거쳐 구씨의 유산 40%를 받아갔고, 구하라 부친(오빠에게 양도)이 60%를 받았다. 구씨 생모는 50%를 요구했었다.
2008년 카라로 데뷔한 구씨는 ‘프리티 걸’, ‘허니’, ‘미스터’, ‘루팡’, ‘맘마미아’ 등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9년 11월, 28세로 세상을 떠났다.
구하라법 통과 당시 서영교 의원은 “구하라법은 낳았다는 이유가 아니라, 함께 살며 책임을 다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며 “더 이상 같은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늘에 있는 구하라 씨를 비롯해 같은 아픔을 겪어온 수많은 유가족들에게 이 법을 바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양육·부양 책임을 방기하거나 자녀를 학대한 부모가 자녀 사망 후 아무 제약 없이 재산을 상속받던 구조를 시정하는 법”이라며 “가족관계에서의 책임성과 상속의 실질적 정의·형평성을 높이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심리적 정의감 회복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용 시 문제점
가장 큰 문제점이자 논란은 어느 정도까지를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것'으로 볼 것이냐는 점이다. 단순히 연락이 끊긴 것인지, 경제적 지원(양육비)만 안 한 것인지, 혹은 학대와 같은 적극적인 가해 행위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수치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과거 수십 년 전의 양육 소홀을 입증해야 하는데, 당시의 영수증이나 목격자를 찾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결격 사유가 있으면 자동으로 상속권이 박탈되는 게 아니라 유족이 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겨진 유족이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부적격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크다. 또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청구해야 하므로, 이 시기를 놓치면 법 보호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기여분 제도와의 충돌 문제도 있다. 현행 민법에는 자녀를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유족에게 상속분을 더해주는 '기여분 제도'가 있다. 구하라법을 통해 부적격 부모를 배제하는 것과, 헌신한 부모에게 기여분을 더 인정해 주는 것 사이에서 법적 우선순위나 계산 방식이 복잡해질 수 있다.
[적용 사례]
구하라법이 발표됨에 따라 많은 적지않은 소송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건 아니다.
핵심은 '학대,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 심히 부당한 대우' 등 ‘중대성’에 대한 입증 여부다.
단순한 절연 수준이면 구하라법 적용받기가 어렵다.
다음은 온라인에 공개된 상담 사례다.
-질의
"가족 구성원은 어머니, 이부누나(43세), 나 38세, 동생(36세)입니다.
2025.12.15일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상속이 발생했고 금액이 꽤 큰 편입니다.
이중 상속권 상실 청구를 신청하고자 하는 대상은 이부누나입니다.
이부누나는 전 남편과 어머니의 소생으로, 전 남편이 양육권을 가져가신 후 어머니와 왕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2012년 8월 자식이라면 돈을 달라며 찾아와서, 2주만 같이 산 후 3천만원+30만원(교통비)을 받고 떠났습니다.
그 이후 연락, 왕래가 모두 끊겼고, 어머니를 찾아오는 일도 없었으며 부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래도 부모라고 생각한다면 장례식에 와달라고 했습니다. 처음 장례식에는 연락이 닿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으나, 다시 한번 주민등록 초본에 기재된 주소를 통해 49재에 참석해달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부누나는 어머니의 성함을 듣고도 나는 그분 따위 모른다고 잡아떼었으며, 그 이후에도 제가 보낸 연락도 받지 않았습니다.
너무 분통이 터지고 괘씸해서 녹취록과 계좌이체 내역, 거주지 근저당 해제 내용 자료 등을 변호사님께 드리고, 구하라법과 패륜아 유류분 청구 삭제 내용 등을 말씀드리며, 상속권 상실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해 상담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상속권 상실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구하라법 2항과 유류분법 1112조 읽어보니까 해당 될 거 같은데. 부모 버리고 그 돈 받아서 집 사서 잘 살다가, 이제와서 돈달라는데 너무 열불이 터져서요.
정말 상속권 상실 청구가 불가능한가요? 어머니가 목숨 버려가며 일군 재산입니다.
장례식에 조차 나타나지 않는 사람에게 주라니요? 그게 가족입니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어머니 주변 지인과 같이 일하시던 분들도 그 내용을 전부 알고 있어 사실확인서도 필요하다면 써주겠다고 하십니다."
-상담 답변
"현재 상속결격(민법 1004조)은 살해·상해치사·유언 방해/강박·유언서 위조/은닉 같은 극단적 사유로만 인정되어, 말씀하신 연락두절·부양 없음·장례/49재 불참만으로는 보통 상속권 “박탈(결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존 변호사 의견이 “해당 없음”이었다면 큰 틀에선 맞습니다.
다만 “구하라법” 취지의 상속권 상실(민법 1004의2) 제도는 가정법원에 ‘상실 선고’를 청구하는 방식인데, 시행 시점과 요건이 까다롭고 단순한 절연 수준이면 인용 가능성이 낮습니다(학대,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 심히 부당한 대우 등 ‘중대성’ 입증이 핵심)"
-대응/해결방안
(1) 상속재산 보전: 예금 인출·부동산 처분 우려가 있으면 분할 전까지 계좌·부동산 보전조치(관리인/보존처분 등) 검토.
(2) 상속재산분할 심판+기여분 청구: 어머니를 실제로 간호·부양해 온 기간/비용/동거 사실을 자료화해 기여분으로 몫을 늘리는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3) 누나의 과거 수령금 “특별수익” 반영: 2012년 3천만원 등(계좌이체, 합의서, 근저당 해제 관련 자료 포함)을 미리 받은 몫으로 주장해 분할에서 공제되게 하세요.
(4) 2026년 이후 1004의2 상속권 상실 청구 가능성은 증거 강도(학대·유기 수준, 부양 필요 상황에서의 고의적 방치)에 따라 별도 검토. 상속 전문 변호사에게 “인용 가능성”을 먼저 서면으로 평가받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