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약값 대수술] (中)반발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미래는?

  • 등록 2026.01.07 19: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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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약가 인하는 산업 붕괴, 연구개발 위축”
국내 제약 시장, 대대적인 구조조정 전망

한국헬스경제신문ㅣ김혁 기자

 

우리나라 제약 산업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14년 만에 대전환을 맞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한 ‘약가 제도 개편안’은 복제약값을 내려 건보 재정을 안정시키고 제약업체가 신약 개발에 투자토록 유도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생존 위기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국내 제약업계가 복제약 생산 위주의 안이한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개편안은 3월 말에 확정돼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시행된다. 현행 약가 구조의 문제와 개편 내용과 목적, 제약업계의 장래 등에 대해 3회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추진에 일단 제약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국내 제약업계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개편 방침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5개 단체는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제약업계는 영업이익률이 평균 4~5%인 상황에서 약가를 10% 이상 인하하면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 자금마저 마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면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한다.

 

또 약가 인하로 채산성이 맞지 않는 필수의약품 생산을 포기하게 되면, 제2의 감기약 품절 사태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쳐 약 1만 5,000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고위험·고비용 산업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평균 10년 이상 연구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제약기업들은 약가 정책이 연구개발 투자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한국 제약기업들은 최근 신약 개발과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약가 규제가 강화되면 해외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약가 정책이 산업 정책과 함께 설계되어야만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약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혁신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 중심의 산업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의 목적은 결국 ‘복제약 수익으로 버티는 제약 시장의 종말’을 겨냥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국내 제약 시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을 전망이다. 대형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의 향후 생존 전략을 극명하게 갈라놓을 것으로 보인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사는 정부가 신약 가치를 높게 평가(혁신 가산)해 주기로 한 만큼,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 글로벌 신약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약가가 깎이는 제네릭 대신, 해외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을 가져와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복제약 판매 수익에만 의존해온 중소 제약사들은 도산하거나, 위탁생산(CMO) 전문 기업으로의 업종 전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약가 인하로 인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코스메슈티컬)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단독 생존이 어려운 기업 간의 합병이나, 특정 치료 영역에 특화된 ‘강소 제약사’로의 체질 개선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약가 인하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낮은 상태에서 인하만 강행할 경우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 등 세밀한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제약산업 현황

 

한국 제약산업은 최근 바이오의약품과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지난해 300여 개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바이오헬스 산업 전체 수출액은 약 279억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이 중 의약품 수출은 약 104억 달러로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유전자재조합 의약품이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의 87%를 차지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필두로 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안정적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한국의 CDMO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최근 셀트리온도 CDMO 자회사를 설립했다.

 

국내 제약 시장 규모는 약 230억~300억 달러(약 30조~40조 원)로 추산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매년 성장하며 산업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과 바이오 의약품 수출 2배 달성을 목표로 ‘K-바이오 대도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약 1조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임상 3상에 특화된 펀드(1,500억 원 규모)를 통해 후기 임상 단계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김혁 기자 kh920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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