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약값 대수술] (下)소비자·건보재정·신약개발…세 가지 균형이 관건

  • 등록 2026.01.12 23: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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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정책은 ‘보건정책+산업정책’
‘가치 기반 약가’…효과 따라 가격 결정

한국헬스경제신문 유재민 기자 |

 

우리나라 제약 산업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14년 만에 대전환을 맞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한 ‘약가 제도 개편안’은 복제약값을 내려 건보 재정을 안정시키고 제약업체가 신약 개발에 투자토록 유도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생존 위기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국내 제약업계가 복제약 생산 위주의 안이한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개편안은 3월 말에 확정돼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시행된다. 현행 약가 구조의 문제와 개편 내용과 목적, 제약업계의 장래 등에 대해 3회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약가 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세 가지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해야 하고, 제약사는 연구개발에 투자한 재원을 회수해야 하고, 환자에겐 치료의 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

 

따라서 약가제도 개편 논의의 핵심은 건강보험 재정, 제약산업 경쟁력. 환자 접근성이라는 세 가지 축 사이에서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약가 정책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보건과 산업 두 분야의 발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정부 개편안은 제약업계의 반발로 최종 확정 및 시행 시기가 약간 미뤄지면서 3월 26일로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약가 협상이 길어지면 일부 신약의 국내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 실제로 희귀질환 치료제나 고가 항암제의 경우 약가 협상 문제로 보험 적용이 지연되는 사례도 있다.

 

환자단체들은 약가 관리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약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제약사가 국내 출시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

 

정부와 제약업계의 타협점이 찾아질 수 있을까.

 

제약업계는 복제약 분야에서 정부의 40%대 인하안 대신 최대 48.2%(10% 인하)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급격한 인하보다는 산업 영향 평가를 선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제약사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절차에 대해 집단 행정소송까지 검토 중이어서 법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의 논쟁에서 보건경제 전문가들은 약가 개편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혁신 신약에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고, 둘째는 효과가 낮은 약은 가격을 조정하고, 셋째는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가치 기반 약가’(Value-based pricing)라고 말한다. 약값을 단순히 제조 비용이 아니라 치료 효과와 사회적 가치에 따라 책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생명을 연장하는 혁신 치료제는 높은 가격을 인정하고, 반대로 효과가 낮은 약은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재정 효율성과 혁신 보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가 정책은 단순히 약값을 낮추는 문제가 아니다. 건보 재정 안정-의약품의 소비자 접근성-제약사의 수익과 신약 투자라는 세 가지 이해관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다.

 

□국내 제약업계 반발과 주장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추진이 자칫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행되면 연간 1조2천억 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팔아 번 돈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구조인데 이 수익원이 마르면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미래인 연구개발 자체가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말 정부의 약가 인하 개편안 발표 이후 산업계,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문제 제기에도 지금까지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급격한 약가 인하에 제약산업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약가인하 영향 분석 △유통 질서 확립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등 3대 사항에 대한 공동연구 착수를 정부에 제안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섣부른 약가 인하 정책이 국내 제약 산업의 연구개발 투자 위축과 생산 기반 약화,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약가 인하까지 강행될 경우 산업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는 이미 기업들이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을 보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익성이 낮은 의약품의 품목 허가를 자진 취소하거나 생산라인 축소를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했다.

 

노연홍 공동 비대위원장은 “제약산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정부가 산업계의 공동연구 요구를 수용, 1년 이내 결과를 도출하고 이에 따른 실행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높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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