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출산이 여성의 노화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계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출산은 단순히 신체적인 변화를 넘어, 세포 수준의 생물학적 노화와 장기적인 질환 발생 위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적 노화는 텔로미어(Telomere)의 변화가 좌우한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세포 수명을 좌우한다.
여기엔 상반된 연구가 있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은 경향이 있다. 이 차이는 약 11년의 생물학적 노화에 해당하며, 이는 흡연이나 비만이 미치는 영향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출산 횟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더 길게 유지된다는 연구(에임스 연구 등)도 존재한다.
이는 임신 중 증가하는 에스트로겐이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여 세포를 보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출산은 배란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호르몬 노출을 줄여준다. 이는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의 위험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흥미로운 연구가 있는데 태아의 세포가 엄마의 뇌로 이동하여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거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다.
‘마미 브레인’이라 불리는 일시적 건망증이 초기에는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호르몬 변화가 뇌의 가소성을 높여 인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활발하다.
출산은 여성의 신체에 ‘강한 스트레스’인 동시에 ‘회춘의 기회’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다회 출산이나 충분한 회복 없는 출산은 골밀도 감소, 근육 약화 등 신체적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반면, 임신 중 분출되는 호르몬과 수유 과정은 특정 암 예방과 장기적인 대사 건강에 이점을 줄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출산 그 자체보다 출산 후의 경제적 여건, 수면의 질, 독박 육아 여부 등 사회적 요인이 생물학적 노화 속도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최신 연구-미출산 여성이 빨리 늙는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1~2명만 출산한 여성은 평균적으로 3명의 자녀를 둔 여성에 비해 사망 위험은 최대 4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녀 수 기준으로 2~3명을 둔 여성이 가장 오래 살았고 24~38세 사이에 출산한 여성은 전반적으로 노화가 더디고 기대수명이 길었다.
반대로 평균 6~7명의 자녀를 둔 여성 역시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와 미네르바 의학연구소 연구진이 공동으로 핀란드의 쌍둥이 자매 1만 4836명을 5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반면 첫 출산이 지나치게 이르거나, 출산 횟수가 매우 많은 여성에서는 상대적으로 빠른 노화가 관찰됐다.
이 연구에서 노화 속도가 가장 느리고, 평균 수명 또한 가장 긴 경향을 보인 여성들의 특징은 △출산 횟수가 평균 2~2.4명, △첫 출산 나이는 평균 24.4세, △마지막 출산 나이는 평균 29.8세였다.
이러한 결과는 임신과 출산이 신체의 에너지와 생리적 자원을 크게 소모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임신·수유가 일부 호르몬 관련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고, 자녀를 통한 사회적 지지의 부재 또는 건강·생활 습관 요인이 출산과 노화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