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남성 암 1위가 된 전립선암] (上) 왜 갑자기 급증했나

  • 등록 2026.01.26 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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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신규 암 발생 중 15% 차지...폐암 제치고 1위
고령화, 식습관 서구화, PSA검사 확산이 원인
‘착한 암’으로 5년 생존율 97%...전이되면 급격히 하락
50세 이상 연 1회 PSA 검사 필수

한국헬스경제신문 유재민 기자ㅣ

 

2023년 한국에서 남성 암 발생 1위가 전립선암으로 바뀌었다. 폐암·위암·대장암이 오랫동안 차지해온 자리를 밀어낸 변화다.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 구조와 생활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전립선암은 왜 갑자기 늘어났을까,  예방법은 무엇이 있나, 치료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를 상, 하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20일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남성 암 중에서 처음으로 전립선암이 폐암을 제치고 발생률 1위가 됐다. 2022년까지 2위에 머물렀던 전립선암이 불과 1년 만에 폐암을 추월한 것이다.

 

2023년 한 해 전립선암으로 새로 진단받은 환자는 남성 신규 암 환자 15만 1126명 가운데 15.0%를 차지했다.

 

전립선암은 1999년만 해도 9위 수준이었으나 이후 고령화와 식습관의 서구화, 비만 등의 영향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1999년 10만 1854명이었던 전체 암 환자 수가 2023년 2.8배 증가했는데, 전립선암은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10년 3만 5688명이었던 전립선암 환자는 2021년 이미 10만 9921명으로 10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2023년 남자 암 발생 순위는 전립선암—폐암—위암—대장암—간암—갑상선암 순으로 재편됐다.

 

남녀 전체를 보면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다. 이어 폐암, 대장암,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간암 순이다.

 

 

◇왜 전립선암이 늘었나-세 가지 복합 요인

 

전립선암 전문가들은 고령화, 식생활 서구화, 그리고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의 확산을 말한다.

 

첫째, 전립선암은 45세 이전에는 발생이 매우 드물고, 대부분 60대 이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70대 초중반 환자가 가장 많다. 2023년 신규 암 환자 중 65세 이상이 전체의 50.4%를 차지할 만큼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가파르다.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날수록 전립선암 발생자 수가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2021년 이후 전체 인구는 줄고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둘째, 식생활의 서구화다. 전립선암은 동물성 지방과 붉은 육류의 과다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구형 암’이다. 대장암이나 유방암과 같이 기름진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서 발병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립선암이 남성 암 발생 1위를 오래전부터 차지하고 있다. 일본도 이미 10년도 전에 그렇게 됐다. 글로벌 통계에서도 전립선암은 전 세계 남성 발병률 2위 암이다. 한국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국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셋째, PSA 검사의 보편화다. 전립선특이항원인 PSA는 전립선 상피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전립선암이 있으면 혈중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나 암이 아니더라도 전립선비대증, 전립성염일 때도 급격히 수치가 올라간다.

 

수치는 혈액검사로 바로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4를 넘으면 조직검사를 고려하고, 10 이상이면 암일 확률이 50%를 넘는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침묵의 암’이다. 과거에는 증상이 없으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즉, 전립선암 발병 증가의 상당 부분은 ‘숨겨진 환자의 발견’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환자가 늘었다기보다 ‘발견’이 늘어난 것이다.

 

현재 전립선암은 국가 암 검진 사업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개인 비용으로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수년 내 PSA검사가 국가 암검진 사업에 들어가게 되면 전립선암 환자 수는 또한번 급격히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사망률은 낮은데, 왜 더 많아 보일까

 

흥미로운 점은 전립선암이 ‘많이 발생하지만 많이 죽지는 않는 암’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암 사망률 1위는 여전히 폐암이며, 간암·췌장암 등 치명적인 암이 상위를 차지한다. 전립선암은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 이유는 전립선암이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린 ‘슬로우 암’이고,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과가 우수하고,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립선암은 흔히 ‘착한 암’으로 불린다. 관리가 가능한 암인 것이다.

 

◇그러나 ‘착한 암’이라는 착각은 위험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생존율이 매우 높지만, 전이가 발생하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다. 실제로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또한 한국은 서구보다 ‘고위험형 전립선암’ 비율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발견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전립선암 증상과 위험 요인


전립선은 방광 아래쪽에서 요도를 감싸는 호두알 크기의 기관이다. 전립선암은 증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종양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기 시작하면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자주 마렵고, 배뇨 중 소변이 끊기거나 혈뇨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전립선비대증과 매우 유사해 많은 환자가 ‘나이 탓’으로 돌리고 검진을 미룬다는 점이다.

 

전립선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나이(50세 이상), 가족력(직계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 최대 8배), 식습관, 비만, 인종적 요인이 꼽힌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더 이른 나이부터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유전 연구 분야에서는 최근 다중유전위험점수(PRS)를 활용해 전립선암을 조기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 향후 개인 맞춤형 검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5년 생존율 96.9%...조기 발견시 완치 가능하다

 

전립선암은 생존율 측면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높은 5년 상대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 진단받은 전립선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96.9%에 달한다. 폐암(42.5%), 간암(40.4%), 췌장암(17.0%)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국소암(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된 경우) 단계에서 진단되면 생존율은 100%에 가깝다.


이 같은 높은 생존율은 조기 발견이 전제될 때의 이야기다. 문제는 아직도 전체 진단 환자 가운데 국소암으로 발견되는 비율이 약 3분의 2에 불과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이미 진행되거나 전이된 상태로 발견된다는 점이다.
 

전이가 되고 나면 완치는 어렵고 치료 목표가 '완치'에서 '생명 연장과 삶의 질 유지'로 바뀐다.

 

 

◇예방이 최선-생활 속 실천법

 

아직까지 전립선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위험 감소는 가능하다.

 

동물성 지방과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이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 녹차의 카테킨, 두부·콩류에 많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도 중요하다. 비만은 전립선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의 위험 요인이다.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금연하는 것도 기본적인 예방 수칙이다.

 

비뇨의학과학회는 만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연 1회 PSA 혈액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40세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이 전립선 내에만 국한된 국소암 단계에서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습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재민 기자 jw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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