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ㅣ김혁 기자ㅣ
한국에서 남성 암 발생 1위가 전립선암으로 바뀌었다. 폐암·위암·대장암이 오랫동안 차지해온 자리를 밀어낸 변화다.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 구조와 생활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전립선암은 왜 갑자기 늘어났을까, 예방법은 무엇이 있나, 치료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를 상, 하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전립선암은 이제 ‘가장 흔한 남성 암’이자 동시에 ‘가장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자리 잡았다. 갑상선암과 함께 사실상 ‘완치에 가까운 암’으로 분류되는 수준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96~97%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수치만 보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전립선암은 예방, 치료, 생존 이후 관리까지 모두 중요한 ‘장기 질환형 암’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기에 따른 치료 방법은?
전립선암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진행됐는가’이다.
치료 방법은 크게 적극적 관찰요법(Active Surveillance), 근치적 수술,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항암화학요법, 면역치료, 국소치료(냉동·전기·고주파)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을 병행하기도 한다.
암이 전립선 내에만 국한된 경우에는 위험도에 따라 세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저위험군은 암이 매우 천천히 자라므로 즉각적인 치료 없이 PSA 수치와 조직 검사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적극적 관찰요법’을 택해도 된다.
하지만 중간·고위험군에서는 근치적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가 원칙이며, 환자의 나이, 기저질환, 기대 여명, 개인 선호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호르몬치료를 기본으로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병합하는 전신 치료 전략으로 전환된다. 암의 병기, 글리슨 점수(악성도 지표), PSA 수치가 치료 계획의 3대 축이다.
◇부작용을 크게 줄이는 로봇 수술이 대세
국소 전립선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근치적 전립선절제술’, 그중에서도 ‘로봇 복강경수술’이다. 현재 국내 전립선암 수술 환자 10명 중 7명이 로봇 수술을 받는다
전립선은 골반 깊숙이 위치한 데다 방광, 외요도 괄약근, 직장, 음경으로 가는 신경혈관다발이 밀집한 까다로운 해부학적 환경을 갖고 있다.
개복수술 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출혈 위험도 크다. 반면 다빈치 시스템 등 로봇수술은 3D 고화질 영상으로 혈관과 신경을 15배까지 확대해 확인하면서 정교한 절제가 가능하다. 의사의 손 떨림을 보정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합병증 발생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전립선 절제 후 삶의 질에 직결되는 요실금과 발기부전 문제에서 로봇수술이 두드러진 강점을 발휘한다. 로봇수술 후 1년이 지나도 기저귀가 필요한 경우는 약 5%에 불과하며, 90% 이상의 환자가 요실금을 호소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경 보존 기법을 병행하면 발기 기능 회복률도 높아진다.
◇눈부시게 발전한 방사선 치료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혹은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방사선치료가 유력한 대안이다.
최근 방사선치료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과거의 단순한 외부 방사선조사(EBRT)에서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를 거쳐, 정위체부방사선치료(SBRT)까지 정밀도가 높아졌다.
IMRT는 방사선 세기를 다방향에서 정밀 조절해 종양에는 충분한 선량을, 주변 정상 조직(방광·직장)에는 최소한의 조사량을 전달한다. 급성 부작용인 직장염, 방광 자극 증상이 크게 줄었다.
SBRT는 더 나아가 5회 내외의 치료만으로 고선량을 정확히 종양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치료 기간을 기존 5~6주에서 1~2주로 대폭 단축한다.
전립선을 절제하지 않고 방사성 씨앗을 전립선 내에 삽입하는 ‘브라키테라피’(Brachytherapy)와 호르몬치료를 병합하면 초기 병기에서 완치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호르몬 치료의 문제점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의 자극을 받아 증식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전이성 또는 진행성 전립선암에서 가장 먼저 시행되는 것이 남성호르몬 제거요법(ADT)이다. 양측 고환 제거술이나 항남성호르몬제 복용 등의 방법이 있으며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약 70%에서 효과를 보인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수년 내에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CRPC)’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CRPC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해도 암이 계속 성장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 단계에 도달하면 치료가 크게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CRPC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2세대 호르몬 치료제인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와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Abiraterone Acetate)가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고 있어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긴 했다. 최근 들어서는 분자표적치료와 면역치료가 전립선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재발 가능성 있어...‘완치’보다 ‘장기 관리’의 관점으로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해 완치적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매우 좋은 암이다. 그러나 ‘완치’의 개념이 다른 암과 조금 다르다.
전립선암은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후에도 PSA 수치의 지속적인 추적이 필수적이다. PSA가 다시 오르면 생화학적 재발로 판정된다. 생화학적 재발 후 임상적으로 암이 다시 나타나기까지는 수십 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생화학적 재발이 곧 사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발 시 구제 방사선치료나 호르몬치료를 추가해 장기 생존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전립선암 환자는 대개 오래 생존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 판정에는 10년 이상의 장기 관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상 전립선암은 ‘완치’보다 ‘장기 관리’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국소 전립선암에서 근치적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의 15년 생존율은 80%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전이성 전립선암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30% 내외에 그쳐 조기 발견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들이 정기 검진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다.
◇국내 전립선암 치료 수준은?
한국의 전립선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5년 상대생존율 96.9%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64.3명)도 미국(82.3명), 일본(78.6명)보다 현저히 낮다. 주요 대형병원의 로봇수술 인프라와 의료진의 숙련도, 그리고 건강보험 체계의 지원이 이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
무엇보다 전립선암이 아직 국가 암 검진 사업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개인 부담이 크다.
비뇨의학과학회는 수차례 국가 검진 편입을 요구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조기 발견을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검진 확대가 시급하다.
또 로봇수술이나 PSMA-PET CT, Lu-177 치료 등 최신 치료법 중 일부는 보험 급여가 제한되거나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이밖에 한국인 특유의 유전적·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한 전립선암 연구가 부족하다. 기존 치료 지침은 대부분 서양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국인 맞춤형 진단·치료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의 다중유전위험점수(PRS) 개발 등이 이 방향의 첫 걸음이 되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의 미래는 ‘정밀의학’과 ‘AI 기반 진단’으로 요약된다. 유전자 프로파일링, 액체 생검(혈액 내 순환 종양 DNA 검출), AI 기반 병리 이미지 분석이 결합되면 현재보다 훨씬 정확하고 개인화된 치료가 가능해진다.
인구 고령화로 전립선암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치료 기술의 발전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일찍 발견하느냐’다.
전립선암 환자가 늘면서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바로 ‘생존자 관리’다. 요실금, 성기능 장애, 호르몬 치료 부작용,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다.
전립선암이 치명적이지 않고 ‘관리하는 질환’으로 바뀌면서 치료의 초점도 이 같은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