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설탕에도 담배처럼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설탕세’ 도입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국민의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리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과 같은 모델을 언급한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궐련형 담배 20개비당 841원,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전자담배에는 1㎖당 525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
이렇게 징수된 부담금은 금연교육·광고, 흡연피해 예방과 흡연 피해자 지원, 보건교육 및 자료 개발, 보건의료관련조사·연구 등에 사용된다.
이처럼 당뇨 등을 유발하는 설탕에도 유사한 부담금을 부과해 가격 상승을 통한 사용 억제를 유도하고, 이를 공공의료 강화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설탕 부담금 도입은 설탕 섭취로 인한 국민 건강권 문제,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탕세 도입에 예상되는 문제점
전문가들은 설탕세 도입이 이제 운을 뗀 상태이긴 하지만, 실제로 적용 검토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여러 문제점이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 대표적으로 이런 문제들이다.
1. 역진성(저소득층 부담 집중)
설탕세는 소비세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커진다. 가당음료나 저가 가공식품 소비 비중이 높은 계층일수록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져 조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다.
2. 실질적인 건강 개선 효과 논란
일부 국가에서는 설탕세 도입 이후 가당음료 소비가 줄었지만, 다른 고칼로리 식품으로 대체 소비가 늘거나 전체 칼로리 섭취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비만 감소 효과가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3. 산업 위축 및 일자리 영향
국내 음료·식품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매출 감소, 제품 가격 인상, 중소 식품기업 부담 증가 등이 예상되고 특히 가당음료 비중이 높은 기업은 구조조정 압박까지 받을 수 있어 고용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4. 과세 기준 설정의 어려움
‘설탕세’를 어느 식품까지 적용할지 기준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음료만 과세할 것인지, 과자, 빵, 소스까지 포함할 것인지, 또 당 함량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음료뿐 아니라 떡, 한과, 전통 음료 등 당류가 포함된 식품이 많은데 어떻게 과세할지에 따라 전통식품 산업 위축 또는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5.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
국가가 특정 식품 소비를 억제하는 방식은 ‘건강을 위한 개입’이라는 ‘과도한 규제’ 논쟁을 부를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식습관까지 세금으로 통제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자유 침해 논란이 존재한다.
6. 조세 목적의 왜곡 가능성
처음에는 건강 정책으로 도입되더라도 결국 세수 확보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정책의 정당성이 약해지고 국민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
◇왜 설탕 소비에 과세를 하나-설탕의 해악
국가 차원에서 설탕에 세금을 붙이려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비용 때문이다. 설탕은 ‘빈 칼로리’(Empty Calories)라 불릴 만큼 영양가는 없고 열량만 높다. 설탕 과다 섭취로 인한 당뇨, 비만, 심장병 환자가 늘어나면 국가의 의료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담배처럼 설탕 소비를 강제로 줄여 국민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혈당의 급격한 상승과 인슐린 저항성
설탕, 특히 정제된 설탕은 소화 흡수가 매우 빠르다. 설탕을 섭취하면 혈당이 순식간에 치솟고,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며, 이는 결국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핵심 기전이 된다.
-간에 치명적인 ‘과당’의 독성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과당이다. 포도당은 몸 전체에서 에너지로 쓰이지만, 과당은 오직 간에서만 대사된다. 과도한 과당은 간에서 곧바로 지방으로 전환되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범이 된다. 이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고 고혈압, 복부 비만 등 대사 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중독성’과 뇌에 미치는 영향
설탕은 뇌의 보상 체계를 자극하는 방식이 약물과 유사하다. 설탕을 먹으면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어 일시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양의 단것을 찾게 되는 ‘설탕 중독’ 현상으로 이어져 식습관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만성 염증과 노화 촉진
혈액 속에 과도하게 당이 떠다니면 단백질과 결합하는 당화 반응(Glycation)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소는 혈관 벽을 딱딱하게 만들고 체내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이는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피부 노화와 치매 발생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해외에서는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이 있다. 노르웨이(1981년), 핀란드·헝가리(2011년), 프랑스(2012년), 멕시코·칠레(2014년) 등이 설탕세를 도입했다.
이후 2016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에 20% 세율의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뒤 아랍에미리트·태국(2017년), 필리핀·영국·아일랜드(2018년) 등으로 도입이 확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류가 들어간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업자 등에게 ‘가당음료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었다.
당시 발의된 개정안은 당류 첨가 음료에 당 함량에 따라 100ℓ당 최소 1천원에서 최대 2만8천원의 부담금이 부과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지만, 이후에도 보건 의료계 등에서는 설탕세 도입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작년 9월 설탕세 토론회를 여는 등 관련 논의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