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이슈] “쌍둥이 출산은 축복인가, 위험인가”

  • 등록 2026.01.28 09: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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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태아 출산 세계 최고 수준
전체 출생아 중 쌍둥이 비중 지난해 5.7%
고령 출산 증가, 난임 시술 증가가 원인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상당한 위험 존재
배아 이식 수 제한하는 새 가이드라인 필요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쌍둥이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전체 출생아 수는 급감하는 반면 쌍둥이·세쌍둥이 등 다태아 출산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인구학적 현상이 아니라, 의료·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고위험 출산의 확대’로 보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태아 출산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4년 0.75명에서 소폭 상승했다지만 0.80명이다. 아이 하나가 귀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쌍둥이를 적게 낳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펴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배혜원 전문연구원은 ‘다태아 정책 현황과 시사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출생아 중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7%(1만6천166명)에서 지난해 5.7%(1만3천461명)로 증가했다. 쌍둥이 중에서도 세쌍둥이 이상의 고차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4%(392명)에서 3.4%(457명)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쌍둥이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분만 1천건 당 28.8건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다태아 비중은 오히려 상승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세계 다태아 출생 데이터(HMBD·The Human Multiple Births Database)에 포함된 국가 중 그리스(29.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HMBD 국가 평균(15.5건)의 거의 2배다.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분만 1천건당 0.67건으로 HMBD 국가 중 가장 높고, 평균(0.2건)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왜 한국에서만 쌍둥이가 늘어날까

 

1990년대 초만 해도 전체 출생 중 다태아 비율은 약 1%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다태아 출산 급증의 이유로 세 가지 요인을 든다.

 

첫째, 고령 출산 증가다.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이 30대 중반으로 올라가면서 난임 위험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보조생식술 이용이 확대됐다. 국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2015년 32.2세에서 지난해 33.7세로 높아졌다. 쌍둥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35.3세로 단태아 산모(33.6세)보다 높다.

 

둘째, 난임 시술의 구조적 문제다.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배아를 동시에 이식하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로 인해 다태아 임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12만1천38명에서 지난해 16만1천83명으로 7년새 33%나 증가했다.

 

자연 임신에서 다태아 발생 확률은 1~2%에 불과하지만, 난임 시술에서는 30~40%까지 급증한다.

 

셋째, 이른바 ‘출산 편의주의’다. 한 번의 임신으로 두 자녀를 얻으려는 사회적·경제적 동기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즉, 저출산 시대에 ‘한 번에 둘 낳기’라는 선택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서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태가 된 셈이다.

 

 

◇다태아 임신, 산모 건강에 상당한 위험 요인

 

문제는 다태아 임신이 의학적으로 ‘고위험 임신’이라는 점이다.

 

여러 관련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에 비해 조산이 약 6배, 임신중독증은 2배 이상(세쌍둥이는 최대 9배), 산후 출혈은 약 3배 증가하는 위험을 동반한다. 또한 임신성 당뇨, 혈전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임신중독증은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장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하다.

 

또한 다태아 출산은 자궁이 크게 늘어나면서 조기 진통이 발생하기 쉽고, 출산 역시 제왕절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다태아 임신이 늘어날수록 고위험 산모 관리 부담이 커지고, 산부인과가 기피하는 현상까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태아에게는 더 큰 생존 리스크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다태아는 단태아보다 평균 재태 기간이 짧고, 조산 확률이 높다. 실제로 다태아의 평균 임신 기간은 약 35주 수준으로, 정상 임신보다 짧다.

 

출생 시 건강 상태도 취약하다. 저체중아 비율은 약 60%, 극소저체중아 비율은 5% 이상

등으로 나타난다.

 

또한 뇌성마비 위험은 쌍둥이의 경우 4배, 세쌍둥이는 18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조산아는 폐 발달이 충분하지 않아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고, 뇌출혈이나 장염 등 신생아 합병증 위험도 높다.

또한 태아 성장 지연도 흔히 나타난다. 두 명 이상의 태아가 동시에 영양을 나눠 쓰기 때문에 체중이 충분히 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 중 태반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쌍태아 수혈 증후군’이라는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한 태아로 혈액이 과도하게 이동하면서 다른 태아는 빈혈과 성장 지연을 겪는 질환이다.

 

조산과 저체중은 단순히 출생 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발달 장애와 만성 질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할 수 있다.

 

◇출산 이후 양육 부담도 커

 

다태아 출산은 출산 이후 가정의 부담도 크게 만든다. 기저귀, 분유, 의료비 등 양육비가 동시에 두 배 이상 들기 때문이다.

 

특히 조산으로 태어난 다태아는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육아 부담 역시 상당하다. 동시에 두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산모의 산후 우울증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의료 시스템 한계 우려

 

다태아 증가 문제는 의료 인프라의 취약성도 드러낸다. 고위험 임신이 늘어나면서 신생아중환자실(NICU) 부족,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 등 구조적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조산 위기 산모가 병원을 찾지 못해 장거리 이송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다태아 증가가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의료 시스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태아 출산에 대한 지원 강화해야

 

현재 정부 정책은 출산 이후 지원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다. 정부는 다태아 가정에 대한 일부 지원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난임 시술 지원, 다태아 임산부 의료비 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 확대 등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다태아 임신은 일반 임신보다 의료 검사와 진료 횟수가 훨씬 많고, 조산 가능성 때문에 장기간 입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태아 출산은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고위험 임신’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태아 출산 줄이기 위한 정책 전환 필요

 

정작 다태아 임신 자체를 줄이기 위한 사전 예방 정책은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다.

 

정책 전환의 핵심 쟁점은 ‘배아 이식 수’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2015년 개정 이후 10년째 유지되고 있는데, 여전히 다배아 이식을 허용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다태임신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예방’이라는 국제 권고에 맞춰, 단일 배아 이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다태아 임신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또 다태 임신 산모를 위한 전문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난임 시술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며, 고령 임신 예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축복과 위험 사이”…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다태아 출산은 분명 기쁨과 축복의 의미를 갖는다. 세 쌍둥이, 네 쌍둥이가 태어나면 지자체가 나서서 축하를 하고 여러 곳에서 선물이 쏟아진다. 미디어도 미담인 양 크게 보도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상황은 ‘자연스러운 증가’가 아니라 의료 기술과 사회 구조가 만든 인위적 결과에 가깝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다태아 출산 증가 이면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 위험, 의료 시스템 부담, 그리고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출산 해법으로 다태아 증가를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안전한 출산 구조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단순한 출생 수가 아니라, 산모가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다태아 출산 문제는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구조적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한기봉 기자 healtheco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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