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등척성’(等尺性) 운동이란 용어가 있다. 영어로는 ‘Isometric exercise’라고 한다.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함이 없으면서 근육이 수축하는 운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손바닥으로 벽을 미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운동이다. 대표적으로는 플랭크,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자세를 유지하는 ‘월시트’, 복부에 힘을 준 채 숨 참기, 주먹 쥐기, 악력기 운동 등이 있다. 관절의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근육 내부에서는 강한 긴장이 발생한다.
부상 위험이나 관절 부담이 적고, 간단한 자세로 근육에 강한 자극을 주고,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고, 운동 초보자나 고령자, 여성도 쉽게 할 수 있고, 짧은 시간으로 높은 운동 효과를 얻는다는 여러 장점이 있다.
등척성 운동 중에 가장 간편한 것으로는 TV를 보면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악력기’ 운동이 있다. 단순히 손의 힘만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생각보다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다. 꾸준히 하면 특히 중·장년층에게도 도움이 크다.
악력은 단순한 손의 힘이 아니라 전신 근력과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악력이 강한 사람은 근육량이 많고 악력이 약한 사람은 노쇠하고 근감소 위험이 크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악력 감소가 사망률 증가와도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건강검진 시 악력 측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악력기 운동의 가장 큰 효과는 혈압 조절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근력 운동은 순간적으로 혈압을 높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악력기처럼 근육의 길이는 변하지 않으면서 힘을 쓰는 등척성 운동은 혈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운동이 혈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미국심장협회(AHA)를 포함해 권위 있는 여러 기관에서 입증됐다.
악력기를 꽉 쥐고 버티는 동안 근육이 수축하면서 일시적으로 혈류가 제한된다. 그러다 힘을 빼는 순간 혈관이 이완되며 혈류가 빠르게 흐르게 되는데, 이때 혈관 내벽에서 산화질소가 분비된다. 이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하고 유연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꾸준한 악력 운동은 수축기 혈압을 약 5~10mmHg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도 병행하면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효과적 운동 방법은 단순히 빠르게 여러 번 쥐는 것보다는 ‘버티기’가 중요하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힘의 약 3분의 1 정도 힘으로만 쥐는 게 좋다. 너무 세게 쥐면 오히려 혈압이 과하게 상승할 수 있다. 그 상태로 2분 정도 버틴 후에 손을 풀고 1분간 쉬는 걸 양 손을 번갈아 가며 각각 2회씩 한다.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을 줄 때 숨을 참으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운동 중에는 자연스럽게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
악력 운동은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유산소 운동과 병행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또 악력기 운동을 하면 손가락, 손바닥, 손목, 팔뚝 근육이 강화돼 물건 잡는 힘이 증가하고 손 떨림 증상이 사라진다
의외로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다. 긴장감이 생길 때 악력기로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면 긴장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
손 운동은 뇌 자극과 연결된다. 손을 사용하면 뇌가 자극이 되고 반복하면 집중력이 개선돼 치매 예방에도 좋다
악력기가 없으면 테니스공을 꽉 쥐는 운동도 좋다. 마찬가지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공을 쥐는 동안에는 혈관이 압박돼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지만, 운동이 끝난 뒤 혈관이 이완되면서 오히려 혈압이 낮아지는 반동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혈관 탄성이 개선되고, 장기적으로 혈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