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건강칼럼> 가임기 예방접종 이렇게 하자

임신 전 항체검사와 예방접종 필요.. 필요기간도 검토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홍유미 차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령 임신 사례 증가와 임신 자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새는 마치 수능시험을 준비하듯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예방접종’이다. 사실 성인이 된 다음에는, 해외 출국, 의료계 종사, 감염병 대유행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방접종을 챙길 일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막막하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준비해아 하는지, 예방접종 도중 갑자기 임신이 되어도 괜찮은지 등 궁금한 점이 많다.


임신 전 항체 검사와 예방접종
예방접종은 기본적으로 항체가 없을 때만 필요하므로, 무턱대고 주사부터 맞기 전에 우선 내가 해당 질환들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산부인과, 내과 등에서 간단한 혈액 검사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가량 소요되므로 해외 출국 일정이 있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


임신 전 준비가 필요한 예방접종 대상 항목으로는 MMR(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인플루엔자, Tdap(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A형 간염, B형 간염이 있다. 임신 중에 이들 질환에 감염되면 심각한 태아 기형을 유발하거나 간경화, 패혈증 등 치명적인 임신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은 크게 생백신과 사백신으로 나뉘는데 생백신은 예방접종 후 최소 4주간 ‘피임’이 필수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생백신은 살아 있는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몸 안에 주입하므로 백신 안에 들어있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일시적으로 증식해 태아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MMR(홍역, 볼거리, 풍진)과 수두는 생백신이어서,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이 두 백신을 임신 시도 전에 가장 먼저 맞아야 한다. 생백신은 임신 중에는 항체가 없는 것을 알게 되어도 예방접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임신 전 항체가 없다는 것을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면 미리 예방접종을 해 둘 것을 추천한다. 두 백신 모두 충분한 항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백신과 사백신은 면역 반응이 달라 서로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같은 날 함께 접종해도 괜찮다. 생백신 두 종류를 함께 맞아야 할 때에는 같은 날 접종 부위를 다르게 해서 맞거나, 다른 날 따로 맞게 될 때에 는 최소 4주의 간격을 두어야 각각의 백신 효과를 온전히 얻을 수 있다.

 

임신 중에도 가능한, 필요한 예방접종
예방접종을 하던 중 다음 차수를 맞기 전에 임신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백신인 인플루엔자, Tdap(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A형 간염, B형 간염 백신은 예방접종을 하던 중 임신이 되어도 다음 차수를 이어 맞을 수 있다.

 

이들 백신은 여러 임상시험에서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인정받아 임신 중이더라도 안심하고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생백신인 MMR(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백신은 백신에 들어 있는 병원체가 태아를 감염시킬 수 있으므로 임신 중 접종 금지이다.


임신부에게 특히 더 권장되는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와 Tdap(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백신이다. 임신부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경우 일반 성인보다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심폐기관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도 커지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임신 중 Tdap(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백신을 맞으면 영아, 특히 생후 12개월 이내에서 발병률이 높은 ‘백일해’ 항체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 이로써 신생아가 직접 백일
해 주사를 맞는 생후 4개월 전까지 태반을 통해 엄마에게 전달받은 항체로 백일해 감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임신 제3분기인 27주에서 36주에 맞는 것이 가장 좋고, 매 임신 때마다 다른 태아에게 항체를 전달해 주므로, 임신부는 매 임신때마다 맞아야 한다. 요새는 남편이나 조부모 등 임산부 주변인도 백일해 접종을 해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은 성인이 되어 접종한 적이 없거나 접종한 지 10년 이상이 지났을 때, 조부모나 돌봄 교사 등은 아기와 밀접 접촉 예정이면서 65세 미만일 때 접종을 추천한다.


벼락치기를 하면 시험을 망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가임기 예방접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임신 준비도 역시 미리미리해야 실패가 없다’는 점이다. 어떤 예방접종은 접종 기간 동안 피
임을 해야 하고, 어떤 예방접종은 3차까지 완료하려면 길게는 6개월도 걸린다. 이런 점을 모두 헤아려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