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크루즈선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 3명 사망, 입항 방역 절차 착수

MV 혼디우스호서 확진·의심 사례 8명 안팎 보고
WHO, 안데스바이러스 가능성 주시.. 밀접 접촉자 전파 조사
CDC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치사율 약 38%”

 

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네덜란드 국적 탐험형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Hondius)’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확진·의심 사례가 8명 안팎으로 보고됐다. 선박에는 승객과 승무원 147명가량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역당국은 감염 경로와 밀접 접촉자 전파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7일세계보건기구(WHO)와 외신에 따르면, MV 혼디우스호에서는 지난 4월 6일부터 28일 사이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네덜란드인 부부 2명과 독일 국적자 1명으로 전해졌다. 환자 가운데 1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일부 환자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것은 사람 간 전파 가능성 때문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타액에 노출됐을 때 감염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선박 안에서 설치류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감염이 이어졌고, 방역당국은 남미에서 보고되는 안데스바이러스 계열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안데스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 가운데 드물게 밀접 접촉자 사이 전파가 보고된 유형이다.

 

WHO 전염병 대응 책임자인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는 “밀접 접촉자 간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최초 감염자가 승선 이전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MV 혼디우스호는 지난 4월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항해 남극과 남대서양 일대를 거쳐 카보베르데로 향하던 중이었다. 최초 사망자인 네덜란드인 남성은 승선 전 아르헨티나에서 설치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선박은 최근 카보베르데 인근 해상에 머물렀으며, 감염 확산 우려로 하선과 입항이 제한됐다. 이후 스페인 정부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선박을 받아 탑승자 검사와 치료, 귀국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입항 뒤에는 지역사회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 공간과 이동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오한, 두통, 구토, 설사 등 독감이나 장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증으로 진행하면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저혈압,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 잠복기는 길게는 1~8주에 달할 수 있어 탑승자 귀국 이후에도 증상 관찰이 필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의 치사율을 약 38%로 보고 있다. 고치명률 질환인 만큼 조기 진단과 격리, 접촉자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타바이러스는 지난 1976년 이호왕 박사가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에서 포획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 병원체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이 박사는 발견지인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Hantan virus)’로 명명했으며, 이후 국제 학계에서 관련 바이러스군을 통칭하는 ‘한타바이러스’라는 공식 명칭으로 정립됐다.

 

이번 MV 혼디우스호 사태는 해상 밀폐공간에서 고치명률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국제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방역당국은 선박 내 감염 경로, 선실 공유자 등 고위험 접촉자, 귀국자 증상 감시 체계를 중심으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