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손수예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보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육아
“선생님, 아이가 한쪽만 봐요. 사경 아닐까요? 머리 모양도 삐뚤어진 것 같은데 사두증 검사를 해봐야 하나요?”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안고 온 부모의 입에서 전문적인 의학 용어가 거침없이 쏟아진다. 몇 년 전만 해도 드물었던 풍경이다. 신생아 시기, 특히 첫아이를 둔 부모는 유아 관련 의학 지식이 깊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요즘 부모들은 진료실에 오기 전 이미 완벽하게 ‘공부’를 마쳐 온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부모들은 오히려 자신감을 잃는다. 아이와 살을 맞대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만끽해야 할 귀한 시간에, 부모들은 화면 속 정보와 내아이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가 진단을 내린다.
부모의 예민함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부모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나 가혹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범 답안지’ 같은 부모가 되지 않으면, 내 아이가 낙오되거나 이른바 ‘금쪽이’로 자랄지 모른다는 공포가 부모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양날의 검이 된 육아 콘텐츠
부모들이 주로 의존하는 곳은 단연 유튜브, 블로그 등 SNS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그정보’들은 ‘양날의 검’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가 아닌, 단지 먼저 아이를 키워 본 선배 부모의 경험담이 ‘불변의 진리’처럼 소비되곤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자폐 스펙트럼이나 발달 지연을 겪는 아이의 성장 기록 콘텐츠를 보고,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혀 내원하는 부모가 심심치 않게 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자 했던 콘텐츠 제작자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내 아이와 대조하며 ‘질병의 단서’를 찾는 데에만 몰두하곤 한다. 발달의 시작점에도 들어서지 않은 4개월 아기가 눈을 맞추지 않는다며 정밀 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보면, 부모가 아기 얼굴 바로 앞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눈맞춤을 시도하는데, 아기는 당연히 부담스러워 눈을 피한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마주하면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어 보인다. ‘눈맞춤’이라는 행위가 '상호 작용'임을 아무리 설명해도 부모들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발달 지연 증상’에 대한 영상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재미없는’ 유튜브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
짧은 진료 시간 동안 부모님들을 충분히 안심시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칫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나중에 “왜 그때 경고해 주지 않았느냐.”는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 탓에, 의사들 또한 방어적이 되면서 ‘주의 사항’ 위주의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는 7년 전부터 소아정신과 선생님과 함께 <우리동네어린이병원> 채널을 운영해 왔고 최근에는 병원 공식 채널인 <우아들(우리아이들)>의 기획에 동참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은 배제하고 절제된 의학 정보만 엄선해 전달하다 보니 조회수가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이 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인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의 가치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는 진료실 밖 부모들에게 큰 이정표 역할을 한다. 영상을 보고 온 보호자들과는 보다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진료 효율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보고 있다.
육아의 허들을 낮추는 사회를 희망하며
우리 사회의 육아 허들은 지나치게 높다. 우선 이를 낮춰야 한다. 저출생의 원인을 경제적 이유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육아에 자신이 없어서”라고 답하는 부모들의 불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생아를 양육하는 초보 부모라면 서툴고 어설픈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모는 함께 회복과 돌봄에 집중하며, 이 소중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만약 지금 자극적인 정보로 가득한 육아 알고리즘에 갇혀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과감히 로그아웃하길 권한다. 그 대신 동네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을 정해 꾸준히 정기 검진을 받도록 하자. 이 선택이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더 도움이 된다.
육아에는 수만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모든 변수에 대비하려다가는 아이와 함께하는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다. 소아과 진료실이 차가운 경고의 장소가 아닌, 부모의 마음을 지지하고 육아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금 아이를 안고 있는 부모님들께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함께 웃어 주는 부모'다. 스마트폰 세상 대신 눈앞의 아이를 바라보시라. 부모의 역할에 정답은 없다. 어설프지만 진솔한 시간이 아이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