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지은영 마곡차여성의원 산부인과 교수
국가데이터처에서 발표한 '2025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에서 2025년 0.8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평균 출산 연령은 33.8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자연임신 가능성은 낮아지고 가임기 부부 일곱 쌍 중 한 쌍이 난임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간혹 난임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난임은 누구의 잘못도 실패도 아니다. 자책하기보다는 병원을 방문해 선택지를 늘려 보기 바란다.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피임 없이 부부 관계를 1년 이상 지속했는데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난임으로 본다. 여성의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면 6개월이 기준이다.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자궁내막증·다낭성 난소증후군 같은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정액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거나 성기능 문제가 있는 경우, 두 차례 이상 유산을 경험한 경우에는 미루지 말고 상담을 시작하길 권한다.
여성 건강치료는 단계적으로, 부부에게 맞게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치료를 선택해 나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부부에게 가장 적절한 단계가 어디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첫 단계는 배란을 돕는 약물 치료이다. 배란에 문제가 있거나 시점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먹는 약이나 주사로 배란을 유도한다.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같이 진행하며 난포(난자가 자라는 주머니)의 성장과 배란 시점을 살핀 후, 배란 시점에 맞춰 부부 관계를 하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교적 몸에 부담이 적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어, 많은 부부가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단계이다.
다음 단계로 고려하는 것이 인공수정이다. 배란 시점에 맞춰 준비한 정자를 자궁 안에 직접 넣는 시술로, 남성 요인이 경미할 때 또는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난임일 때 시도한다. 시술 자체는 간단하지만 한 주기당 (시술 1회당) 임신 성공률이 약 10~15% 정도이기 때문에 한 번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고, 부부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대개 3회 정도 시도한 후에도 임신에 이르지 못하면 계속 시도할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를 함께 의논하게 된다.
각 단계를 거쳐도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난관이 막혀 있거나, 남성 요인이 뚜렷하거나, 나이가 많아 시간이 중요한 경우에는 체외 수정을 고려한다. 여러 개의 난자를 얻은 뒤 실험실에서 수정과 배양을 거쳐 좋은 상태의 배아(수정란)를 골라 자궁에 넣는다. 같은 체외 수정이라도 환자의 나이, 난소 상태, 이전 치료 반응에 따라 방법을 달리하기 때문에 개별화된 접근이 중요하다.
“이 나이면 무조건 시험관”, “인공수정 세 번 해 봤으니 다음은 시험관”처럼 기계적으로 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난소 기능, 난임 기간, 과거 치료 경험, 경제적·정서적 여건, 부부의 가치관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같은 나이, 같은 원인이라도 어떤 부부는 천천히 단계를 밟아 가길 원하고, 어떤 부부는 빠르게 적극적인 치료로 넘어가길 희망한다.
의사의 역할은 정답을 하나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선택지와 각각의 장단점을 함께 살펴보고 각 부부가 자신들의 희망이나 상황에 맞도록, 또 가장 이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결정을 돕는 일이다.
마음과 관계를 지키는 것도 치료
반복되는 검사와 기다림 속에서 우울, 불안, 분노 같은 감정이 밀려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주변의 임신 소식에 마음이 흔들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끝없이 길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부부가 진솔하게 상황을 정서적으로 나누어 보기 바란다. 필요하다면 심리 상담도 치료의 일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충분한 수면, 가벼운 산책, 균형 잡힌 식사처럼 일상을 돌보는 작은 습관도 몸과 마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난임 치료의 목표는 임신이라는 결과만 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부부의 삶과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 부부의 행복이 더 높아지도록 추구하는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들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