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한국은 왜 제왕절개율 왕국이 됐나

10년 전 30%대였던 제왕절개, 이제는 출산 3건 중 2건
저출산·의료분쟁·분만 인프라 붕괴의 그늘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3명 중 2명은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온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건수는 출생아 1000명당 610.6건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평균(292.5건)의 2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7년만 해도 제왕절개율 4위였던 한국은 불과 몇 년 사이 1위 국가가 됐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제왕절개 비율은 조금 더 높다. 2019년 51.1%에서 2024년 67% 안팎까지 높아졌다. 자연분만이 오히려 소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왜 그럴까. 단순히 산모들이 출산의 진통이 두려워 수술을 선호해서일까.

 

그건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 출산, 의료분쟁, 분만 인프라 붕괴 등 한국 사회와 의학계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장 먼저 꼽히는 원인은 산모의 고령화다. 우리나라 평균 출산 연령은 2008년 30.8세에서 2024년 33.7세로 16년 동안 약 2.9세 높아졌다. 첫째 아이 분만 나이는 같은 기간 29.6세에서 33.1세로 3.5세 많아졌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도 2018년 31.8%에서 2024년 37%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난임 치료와 시험관 시술도 크게 늘었다. 고혈압, 임신성 당뇨, 다태임신, 전치태반, 거대아 등 고위험 임신이 따라서 증가했다.

 

의학적으로 제왕절개가 필요한 경우가 과거보다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만으로 현재의 60~70% 제왕절개 수준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젊은 산모들 사이에서도 제왕절개 비율이 함께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의료분쟁에 대비한 병원의 ‘방어적 진료’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유달리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적 부담을 지고 있다. 자연분만은 몇 시간에서 하루 이상 진행될 수 있어 태아 심박수 변화나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신생아에게 뇌성마비나 신경 손상 등이 생기면 의료진은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제왕절개는 예정된 시간에 시행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법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의료계에서는 “한국의 높은 제왕절개율은 산과 의료의 사법 리스크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이 나온다.

 

세 번째 이유로는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가 지적된다. 자연분만은 오랜 시간 의료진이 곁을 지켜야 한다. 산모 상태를 계속 관찰해야 하고, 언제든 응급수술에 대응할 인력과 시설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분만실과 산부인과가 줄어들고 있다.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는 OECD 평균보다 적지만, 의료 이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정된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연분만보다 계획된 제왕절개가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산모들의 인식 변화도 있다. 과거에는 자연분만이 당연한 선택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통증 부담을 줄이고 출산 날짜를 정할 수 있는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난임 치료를 거쳐 어렵게 임신한 경우에는 작은 위험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의 높은 제왕절개율, 어떻게 봐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래전부터 국가 전체 기준으로 제왕절개율 10~15% 수준을 권고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령 출산과 난임 치료가 많은 사회에서는 제왕절개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60~70% 수준은 단순한 의학적 필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출산의 문제는 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높은 제왕절개율은 단순한 의료 통계가 아니다.  그 뒤에는 저출산, 고령 임신, 산부인과 인력 부족, 의료소송, 지역 의료 붕괴라는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가 겹쳐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분만을 담당할 분만 인프라 확충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 지원과 의료분쟁 제도 개선 △산모에게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 △의료진이 법적 부담보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분만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산부인과 교수의 말처럼, “제왕절개율은 그 사회의 출산과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거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