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궁금한 건강] <108>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

한국헬스경제신문 유재민 기자 |

 

‘제왕절개(帝王切開, Caesarean section)’는 일본에서 서양 의학을 번역하면서 만든 한자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Caesarean’을 황제와 연결해 직역한 것이 정착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는 설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틀린 것이다. 라틴어 caedere(자르다)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연분만, 여전히 ‘표준 분만’으로 평가

 

산부인과 학계는 의학적 금기가 없다면 자연분만을 기본적인 분만 방식으로 본다. 자연분만은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짧고 출혈과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입원 기간도 짧고, 다음 임신에서 자궁파열이나 유착태반 같은 합병증 위험도 낮다.

 

태아에게도 장점이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산도를 통과하면서 폐 속 양수가 배출되고, 산모의 질내 미생물에 노출되면서 장내 미생물군 형성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연분만 역시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긴 진통과 극심한 통증, 회음부 손상, 골반저근 약화, 요실금 등의 위험이 있으며, 분만 도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제왕절개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왕절개는 생명을 구하는 수술

 

제왕절개는 현대 산과학의 가장 중요한 발전 가운데 하나다. 태아곤란증,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둔위, 다태임신, 거대아 등에서는 제왕절개가 산모와 태아의 생존율을 크게 높인다.

 

최근 마취기술과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안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제왕절개는 어디까지나 ‘복부와 자궁을 절개하는 수술’이다. 회복 기간이 길고 출혈·감염·혈전 위험이 자연분만보다 높다. 또한 이후 임신에서는 자궁파열, 전치태반, 유착태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의학계 논쟁

 

최근 의학계의 흐름은 과거처럼 “자연분만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에서도, “제왕절개가 더 안전하다”는 주장에서도 한 걸음 물러났다.

 

현재의 핵심 논쟁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제왕절개와 선택적·불필요한 제왕절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계획된 제왕절개를 받은 아이들에게 특정 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비만, 일부 소아질환 위험이 약간 증가할 가능성이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위험 증가 폭이 매우 작고, 인과관계가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강조된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의학적으로 필요한 제왕절개를 기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반대로 자연분만을 지나치게 고집하다가 응급상황을 놓치는 것 역시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결국 최근 산부인과의 결론은 명확하다.

 

“의학적 필요가 있으면 지체 없이 제왕절개를 시행하고, 그렇지 않다면 자연분만을 우선 고려한다.”

 

◇출산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

 

출산은 어느 한 가지 방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문제가 아니다. 자연분만은 정상 임신에서 가장 생리적인 과정이며, 제왕절개는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현대 의학의 성과다.

 

문제는 어느 한쪽을 무조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근거에 따라 가장 적절한 분만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제왕절개는 줄이되, 필요한 제왕절개는 주저하지 않는 것이 현대 산과학이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