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36년 ‘전남광주 숙원’ 국립의대 신설, 우여곡절 끝에 순천대로

‘갈팡질팡’ 의사결정에 동서부권 반목 심화
1990년 목포서 공식 건의 후 2024년 급물살

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전남광주 동서부권의 심각한 지역 갈등 요인이었던 국립 의과대학 신설 후보 대학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립 순천대가 선정됐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었던 전남 지역은 공식 건의 36년 만에 의대를 갖게 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30일 국립 의대 신설 후보대학으로 순천대를 선정해 교육부에 의대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심사를 맡은 전남연구원이 선정한 8명 심사위원은 의대 교원 확보 계획 등에서 순천대에 좋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대를 중심으로 한 옛 전남 서부권은 열악한 의료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1990년부터 의대 신설을 공식 건의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왔으나 결론은 순천대로 귀결됐다.

 

 

목포시와 서부권 지자체·시민사회단체 등은 서명운동 등 지속적인 촉구·건의 활동을 벌여 2007년과 2012년에는 대선 공약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 동결 등 장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국립의대 설립 논의는 민선 8기 들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4년 3월 민생토론회에서 당시 김영록 전남지사가 의대 신설을 건의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남도가 대학을 지정해 의견을 수렴해 주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전남도는 통합의대→단독의대→공모용역→통합대학 등 설립방식을 놓고 오락가락하면서 추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2024년 11월 의대 신설을 전제로 대학 통합에 합의했으나 의대 소재지를 두고 다시 갈등을 겪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으로 지난 7월 출범한 전남광주특별시는 ‘목포 의대·순천 대학병원’ 등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순천대의 거부로 폐기됐다.

 

그동안 두 대학의 대립은 지역 사회의 갈등으로 확대됐다. 서부권은 섬이 많아 상급 종합병원 접근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20.7%에 달하는 등 의료 취약성을 토대로 정책적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부권은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 등 대규모 국가 기간산업 단지가 몰려 있어 중증 대형 산업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해 의대와 대학병원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각 지역 정치권의 성명전이 이어지고 순천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감행하고, 손훈모 순천시장과 장대 빗속에서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경쟁은 끝났지만, 지역 사회는 정부 최종 승인과 갈등 해소라는 과제를 안았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선정되지 못한 목포대와 서부권에 대학 병원급 의료 인프라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후보대학을 선정한 전남광주특별시는 이날 교육부에 100명 규모의 국립의대 추진 계획서를 제출했다.

 

민형배 시장은 “오늘 후보 대학 추천으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최종 결정까지 남은 절차를 잘 넘어설 수 있도록 양 대학과 지역 정치권, 시민 여러분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