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반

[호르몬의 비밀] ⑬ 장 건강에 호르몬이 관여한다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식욕과 포만감, 혈당 조절에 관여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GLP-1과 GIP가 대표적 호르몬

한국헬스경제신문 유재민 기자 |

 

우리는 흔히 장을 음식물을 소화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이 우리 몸의 대사와 면역, 신경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장과 호르몬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음식물이 위와 장으로 들어오면 우리 몸은 여러 신호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식욕과 포만감, 혈당 조절 등에 관여한다.

 

대표적인 것이 GLP-1과 GIP다. GLP-1은 음식물이 장에 들어왔을 때 분비돼 인슐린 분비를 돕고, 위 배출을 늦추며 포만감을 높이는 데 관여한다. 최근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GLP-1 계열 약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가 부르다’는 신호도 호르몬이 보낸다. 식사를 하면 우리 몸에서는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가 만들어진다.

 

장호르몬뿐 아니라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 위에서 만들어지는 그렐린 등 여러 물질이 식욕과 포만감 조절에 관여한다. 그렐린은 공복 상태에서 증가해 식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식사를 하면 감소한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돼 에너지 저장 상태를 뇌에 알리고 식욕 조절에 관여한다. 하지만 비만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렙틴 신호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렙틴 저항성’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살이 찌는 것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복잡한 생리적 신호와 에너지 대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장내 미생물도 호르몬과 연결된다.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른바 장내 미생물군이다. 이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의 일부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물질들은 장 건강뿐 아니라 면역과 대사, 신경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장내 미생물과 호르몬 사이의 관계 역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다만 특정 유산균 하나를 먹으면 특정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식의 광고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장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제품 하나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통곡물, 콩류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다.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식습관

 

장 건강을 위해서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채소와 과일, 콩류, 통곡물 등을 골고루 먹고 지나치게 가공된 식품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은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역시 장 건강과 대사 건강에 중요하다.

 

장은 단순히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신호가 달라지고, 이 신호는 다시 식욕과 혈당,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호르몬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장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