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

[Love&Sex] <57>섹스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섹스를 하면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한 번의 성관계로 300㎉ 이상을 소모한다.”

 

성관계의 운동효과를 둘러싸고 이런 이야기가 흔히 나온다. 실제로 성관계 중에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땀이 난다. 섹스는 과연 훌륭한 다이어트 효과를 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관계는 분명 신체활동이지만,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을 대신할 정도로 칼로리 소모가 큰 활동은 분명히 아니다.

 

 

◇한 번의 섹스로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쓸까

 

가장 자주 인용되는 연구 중 하나는 2013년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연구다.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 대학교 연구진이 젊고 건강한 연인 21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25분(전희 포함, 실제 삽입 시간 평균 약 15분) 동안 성관계를 가졌을 때 소모되는 칼로리는 남성 평균 101kcal, 여성 평균 69kcal 수준이었다. 분당 칼로리 소모량으로 환산하면 남성은 분당 4.2kcal, 여성은 분당 3.1kcal다.

 

이는 시속 8km로 가볍게 조깅할 때(남성 분당 9.2kcal, 여성 분당 7.1kcal)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오히려 분당 4~5km 정도로 천천히 걷거나, 계단을 가볍게 오르내리는 정도의 중등도(Moderate) 운동 강도와 비슷하다. 즉, 성관계만으로 드라마틱한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성관계의 운동 강도는 평균 5.8 MET로 측정됐다. 연구진은 이를 중간 정도 강도의 신체활동으로 평가했다. MET(Metabolic Equivalent of Task, 신체활동 가량 또는 대사당량)는 특정 활동을 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휴식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와 비교하여 나타낸 단위로 가만히 있을 때가 0이고 격렬한 운동을 할 때가 10이다.

 

현재 미국 ‘신체활동 지침’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는 2024년 신체활동 에너지소비량 목록(Compendium of Physical Activities)​에서도 성적 활동은 강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는 활동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성적 활동은 3.0 MET, 적극적이고 격렬한 경우는 5.8 MET로 제시돼 있다. 키스나 포옹처럼 움직임이 적은 활동은 1.8 MET다.

 

3.0 MET 미만은 저강도로 분류되는데 천천히 걷기, 앉아서 글쓰기, 설거지 등이 해당한다. 중강도는 3.0~5.9 MET로 보통 속도 걷기, 가벼운 자전거 타기, 청소기 돌리기 등이 며, 6.0 MET 이상인 고강도는 조깅, 등산, 수영, 축구, 계단 오르기 등이 해당한다

 

◇“섹스 30분이면 300㎉?”…과장된 이야기

 

위에 언급한 연구에서 성관계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분당 남녀 평균 약 3.6㎉정도다. 반면 같은 연구에서 30분간 유산소성 운동을 했을 때 남성은 평균 276㎉, 여성은 213㎉를 소비했다. 성관계가 일반적인 유산소 운동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성관계가 지속되는 시간 자체도 중요한 변수지만 “한 번의 섹스로 100~300㎉를 태운다”는 식의 표현은 틀렸다.

 

그렇다고 성관계의 운동 효과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성관계를 하는 동안 심박수와 호흡량이 증가하고 여러 근육이 사용된다. 특히 골반과 복부, 엉덩이, 허벅지 등의 근육이 움직인다. 성관계의 강도에 따라서는 중등도 수준의 신체활동에 해당할 수도 있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 등의 만성관상동맥질환 관련 지침도 성관계를 대략 3~5 MET 정도의 중등도 신체활동으로 설명한다.

 

◇칼로리 소비보다 중요한 ‘성관계의 진짜 운동 효과’

 

그렇다면 성관계는 운동으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성관계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뛰어난 건강 증진 효과를 제공한다.

 

성관계는 복근, 대둔근(엉덩이 근육), 햄스트링, 그리고 골반 바닥을 받치는 골반기저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전신 운동이다. 특히 골반기저근이 강화되면 남성의 발기력 유지와 여성의 요실금 예방 및 성감 향상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고 오르가슴에 이르면 심장 박동 수가 분당 110~130회까지 증가하고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이는 심장 근육을 자극하고 전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장기적으로 혈관 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성관계 중, 그리고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 뇌에서는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과 행복감을 주는 엔도르핀,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는 급격히 떨어진다. 스트레스 감소는 폭식을 막고 내장지방 축적을 방지하므로 간접적인 다이어트 지원 효과를 발휘한다.

 

사정이나 오르가슴 직후 분비되는 프로락틴 호르몬은 몸을 깊은 이완 상태로 인도한다.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성장호르몬이 원활히 분비되어 신진대사가 활성화되고 지방 분해에 유리한 신체 환경이 조성된다.

 

성관계의 진짜 가치는 ‘칼로리 소모’라는 숫자가 아니다. 정기적이고 친밀한 잠자리는 신체의 신진대사를 높이고 긍정적인 호르몬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가장 즐거운 건강 관리법’이자 최고의 ‘살아있는 보약’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