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치매 부른다

  • 등록 2025.07.20 09: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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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시 치매위험 최대 5배 이상 높아
치매위험 고려 조기 개입 필요

 

한국헬스경제신문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이비인후과 교수

 

치매와 난청의 상관관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프랭크린 교수 연구팀은 수천 명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적 관찰을 한 결과, 경도 난청은 치매 위험성이 2배, 고도 난청은 무려 5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난청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청각 자극의 부족으 로 인한 뇌 청각 영역의 위축. 둘째, 의사소통 단절로 인한 사회적 고립. 셋째, 이해를 위해서 인지 부하가 증가되고 이로 인한 뇌의 에너지 소모 가중. 넷째, 우울감으로 인한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 등으로 설명된다. 귀가 닫히면, 결국 마음과 뇌도 닫히게 되는 것이다.

 

조기 개입이 뇌를 지킨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의 일환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조기에 개입하면 청력 손실에 따른 인지 저하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보청기의 사용을 들 수 있는데,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된 최근 연구 「치매 예방, 중재 및 돌봄: 2020년 랜싯 위원회 보고서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0 report of the Lancet Commission)」에 따르면 고위험군 환자에게 보청기를 착용하도록 했을 때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48%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 나오는 보청기는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한 소리 증폭 장치 를 넘어, 주파수별로 증폭 정도를 조절해 음질을 향상시키고, 주변 소음을 줄여 단어 식별이나 문장 이해를 돕는 수준에 이르렀다.

 

보청기는 구매 전에 전문가와 상담한 뒤 개인의 청력 손실 유형과 착용 편의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착용 후에는 수개월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정기적인 피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심각한 노인성 난청도 해결 방법은 있다

 

보청기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난청 상황이 있다. 고도 및 심도 난청은 청력 손실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일반적인 대화 소리는 물론 큰 소리도 잘 듣지 못하는 상태다. 슬로프형 난청은 저주파는 비교적 잘 듣지만, 고주파는 잘 듣지 못한다. 또 달 이관이 전반적으로 기능 저하에 빠진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일 때는 인공와우 수술이 대안이다. 인공와우란, 달팽이관 내에 직접 자극을 주어 뇌과 신경이 바로 반응하도록 만든 장치이다. 외부 장치에서 음파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달팽이관 속 전극을 통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데 뇌는 이러한 자극을 ‘소리’로 인식한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 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귀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뇌가 인식하고 해석하는 전반적인 인지 과정이기 때문이다. 보청기로도 청력이나 인지 기능 개선이 어렵다면 수술 대상이 되며, 청력 손실이 오래된 경우도 인지 기능이 남아 있다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청기에 비해 언어 분별력, 언어 이해력 향상이 훨씬 빠르고 크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자는 다시 활발히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외로움이 줄고 우울한 감정도 덜 느끼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회적 관계 회복은 인지 기능을 보호하는 동시에 향후 악화되는 것을 지연하는 효과가 있다.

 

귀를 여는 것이 뇌를 여는 길

 

세계보건기구(WHO)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2년마다 청력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중등도 이상의 난청이 발견되면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난청이 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중 1위이기 때문 이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치매 예방의 열쇠’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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