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불임을 유발하는 청소년의 음낭 질환

  • 등록 2025.10.05 0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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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헬스경제신문 | 홍창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부모가 알아야 할 정계정맥류

비뇨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 환자를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10대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는 소변 이상 증상(빈뇨, 급뇨, 야뇨, 배뇨통, 혈뇨 등)이나 생식기 질환인 정계정맥류가 대부분이다.

 

몇몇 소변 질환은 자녀가 화장실을 드나드는 것을 보면서 부모가 자녀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지만, 증상 없이 신체 변화로 나타나는 정계정맥류는 검사를 하기 전에는 알기 쉽지 않다.

 

특히 사춘기 때는 부모가 자녀의 신체 변화를 살펴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정계정맥류에 대한 기초적인 의료 정보를 가지고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정계정맥류, 남자아이를 둔 부모라면 알고 있어야 할 의료 정보이다.


정계정맥류란 무엇인가
정계정맥류는 음낭에서 고환 위쪽에 분포하고 있는 정맥이 확장된 것을 말한다. 모든 장기는 동맥을 통해서 혈액을 공급받는다. 이후 해당 장기에서 빠져나온 혈액은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다시 돌아간다. 고환에서 나오는 혈액은 정계정맥을 통해 운반되는데, 신체 기준으로 왼쪽 정계정맥은 사타구니를 지나 배 안으로 들어가 신장에서 나오는 신장정맥과 만나 심장으로 운반된다.

 

정상적인 정계정맥의 혈액은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는 일방통행인데 정계정맥류인 경우는 하지정맥류처럼 정맥 내 판막 이상으로 오히려 신장에서 나온 혈액이 거꾸로 정계정맥을 통해 고환으로 역행하기 때문에 음낭 내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된다.


오른쪽 정계정맥은 신장보다 훨씬 아래에 있는 하대정맥으로 연결되므로 정계정맥류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반면 왼쪽 정계정맥은 오른쪽에 비해 길이가 길고 혈류량이 많은 신장정맥과 이어져 있다. 따라서 정계정맥류는 대부분 왼쪽 음낭에서 발생하게 된다.


정계정맥류는 혈류량이 늘어나는 10대부터 발생하는데 전체 남성의 10~15%에서 발견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방치하면 불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불임 남성의 20~40%에서 정계정맥류가 발견된다고 한다. 정계정맥류가 불임을 일으키는 이유는 신장을통해 나온 혈액에는 고환 기능에 영향을 주는 독성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들이 비정상적으로 역행하여 고환으로 이동하면 고환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검사
고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으므로 증상과 상관없이 음낭 검사가 필요하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왼쪽 음낭에 확장된 정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음낭 내 고환 위쪽에 확장된 정맥은 지렁이같이 보이거나 구불구불한 덩어리로 나타나고, 촉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맥의 확장된 정도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누는데, 검사할 때 왼쪽과 오른쪽을 비교해서 검사하면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정계정맥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고환 통증이 있거나, 신체검사에서 확장된 정맥이 있거나, 양쪽 고환의 크기가 다르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다만 수술 치료 등 교정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신체검사에서 중증인 3등급에 해당한다고 해서 수술 치료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확장 정도가 아니라 고환 기능에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고환 기능을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정액검사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윤리적, 심리적 부담이 크고 성장 단계에 따라 결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액검사를 기본 검사로 시행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양쪽 고환을 비교하는데, 고환 용적이 2cc 이상 차리가 나거나, 크기가 10~20% 차이가 나면 음낭 초음파 검사 등 몇 가지 추가 검사를 통해 정기적인 추적검사나 수술 치료를 결정하게 된다.


10대 남자아이를 둔 부모에게 전하는 권고
온라인에 정계정맥류 관련 의료 정보는 넘칠 정도로 많다. 하지만 고환 통증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서 검색하기 전에는 온라인에 아무리 많은 정보가 쌓여 있더라도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온라인 정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은 자신에게 나타난 신체 변화의 의미, 즉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를 알기 쉽지 않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신체 변화를 관찰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점을 성장기 청소년이 스스로 하기는 어려우므로 부모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거부감을 표현하더라도 해당 질환의 위험성을 설명해 함께 병원에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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