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 들고양이도 야옹 소리를 낼까
야생 들고양이는 발정기를 제외하면 거의 울지 않는다. ‘야옹’ 하는 소리를 내는 일도 매우 드물다. 그러면 반려묘들은 왜 야옹 소리를 내는 걸까? 이는 진화의 결과로, 반려묘는 인간에게 측은지심을 일으켜 먹을 것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사람의 아기가 내는 소리와 같은 주파수로 야옹거리는 것이다. 주로 야옹 소리는 주인과 의사 소통을 하는 데 사용된다. 주인을 보고 야옹 소리를 낼 때에는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때이다. 생존과 직결되는 배고픔, 불쾌감, 위험 상황 등을 포함하여, 놀고 싶을 때나 문이 닫혀 있을 때와 같이 생활하면서 불편함이 발생한 경우에 주인이 해결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양이는 자신의 울음소리에 주인이 관심을 가졌거나 요구사항이 관철되었을 때의 울음소리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도 상황에 맞게 적절한 울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동물행동 연구자인 밀드러드 몰크가 미국심리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야옹 소리를 포함해 최소 16가지로 구분되는 울음소리를 사용하며, 이를 세 가지 형태로 나누어 소통한다고 한다.
첫째, 입을 다문 채 내는 소리(예: 고로롱, 우르르, 끄응), 둘째, 입을 열었다가 다물며 내는 소리(예: 야옹, 아우), 셋째, 입을 연 채 긴장한 상태에서 내는 소리(예: 으르렁, 하악, 채터링) 등이다.
늑대도 멍멍 소리를 낼까
늑대는 개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와 달리 ‘멍멍’ 짖는 일은 없다. 하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낄 때 혹은 다른 늑대에게 자신의 위치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짧게 짖기[bark]도 한다. 늑대의 주요 소통 수단은 특유의 길고 낮은 울음소리인 하울링이다.
나무 등 방해물이 많은 지형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상대적으로 멀리 퍼지고 장애물의 영향을 덜 받는 낮은 음의 하울링을 한다. 특히 늑대가 밤에 내는 울음소리는 먼 거리까지 도달한다.
현대 인류는 더 이상 늑대에게 위협받을 일이 거의 없음에도,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이나 불길함을 느낀다. 이는과거 인간이 늑대와 먹이를 두고 경쟁하던 시절, 늑대의 울음소리를 경계하고 두려워했던 감각이 유전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결과이다.
반려견은 왜 늑대와 달리 멍멍 짖게 되었을까
멍멍 소리는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깨갱거리는 소리가 결합된 형태로 분석된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주로다 자란 개나 늑대가 상대를 위협하는 소리이다. 이에 비해 깨갱거리거나 낑낑거리는 소리는 높은 음정의 선명한 소리로 어린 동물이 마치 응석 부리듯이 내는 소리이다.
헝가리 외트뵈시 롤란드 대학교 연구팀은 2010년 『수의학 학술지(Veterinary Journal)』에 실은 「반려견 짖기: 행동학적 접근」에서, 개의 짖는 소리는 자연적, 인위적 선택을 통해 획득된 형질이라고 주장하였다. 사람과 함께 살면서, 먼 거리의 동료를 부르는 긴 울음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으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사람이 하울링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려견이 여러 형태로 짖는 소리는 사람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수단이 되었다.
반려묘와 반려견, 조상의 본능은 사라졌을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반려묘는 야생 들고양이가 내는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반려견은 늑대의 하울링을 잊은 것처럼 여겨진다. 그들은 과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본능을 잃어버린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귀엽게 야옹 소리를 내는 고양이에게도 야생적 본능이 남아 있다.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 까마귀나 까치가 내는 소리처럼 이빨을 빠르게 딱딱 부딪는 듯한 채터링이나, 화가 났거나 위협을 느낄 때 털을 곤두세우고 몸을 크게 보이게 하여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으르렁거리는 소리, 하악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적인 모습을 취하는 하악질 등은 본능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반려견도 늑대처럼 하울링을 한다. 진돗개, 시바견은 물론이고 포메라니안 같은 초소형 반려견들도 하울링을 한다. 늑대와 유사한 스피츠 계열 반려견들뿐만 아니라 늑대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푸들, 시츄 같은 반려견들도 하울링을 한다. 주로 사람이 없을 때 하울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인들이 잘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실제로 많은 반려견들이 주인 앞에서는 전혀 하울링을 안 하다가 주인이 외출해 혼자 남겨졌을 때 하울링을 한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위협이나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하울링을 통해 동료를 부르는 것이다. 특히 분리불안 증상이 있는 반려견은 주인이 외출했을 때 거의 하루 종일 하울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늑대나 다른 반려견이 하울링을 하면 반응하여 따라 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주인이 있어도 관계없이 하울링을 한다. 또 하울링과 비슷한 긴 소리에 반응해 하울링을 하기도 한다. 가끔 큰 음악 소리에 맞춰서 소리를 내는 반려견들이 있는데, 주인들은 이를 보고 반려견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큰 음악 소리가 마치 하울링처럼 느껴져 늑대처럼 우는 것이다.
고양이와 개는 언제부터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을까
집고양이의 기원은 약 1만 년 전으로 본다. 아프리카들고양이가 토양이 비옥하여 농업이 발달된 근동(서아시아) 지역에서 스스로 숲속을 나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정착한 다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보고가 있다. 개의 가축화 시기에 대해서도 약 2만 3천 년 전, 지구의 마지막 최대 빙하기 동안 사람과 늑대가 고립되어 있을 때 시베리아에서 가축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가 사냥한 짐승의 살코기를 다 소비하지 못해 남은 고기를 늑대에게 주었고 빙하기에 가축화가 이루어졌다는 연구가 있다.
반려묘와 반려견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과 생활하면서, 사람에게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형질을 변화시켜왔다. 반려묘와 반려견의 울음소리나 짖는 소리는 기나긴 세월 동안 사람과 생활을 하면서,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형성된 의사소통의 산물인 만큼 이들의 표현을 단순한 소음으로 여기지 말고, 애정 어린 이해가 필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