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대국립대 수의과대학 교수
개와 고양이의 발바닥 구조
개의 발바닥에는 털이 없고, 지방 조직과 두꺼운 각질층으로 구성된 볼록살이 있으며, 표면의 딱딱한 정도와 거칠기는 야외 활동량에 따라 다르다. 개 발바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걷거나 뛸 때 다리의 뼈나 인대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여 줄이고 미끄럼을 방지하는 데 있다.
개의 발바닥 볼록살은 자연에 존재하는 구조 중 가장 견고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육각형의 벌집 형태로 되어 있어서, 땅바닥에 발을 디딜 때 받는 충격을 무려 35%나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타고난 수영 선수로 알려진 골든리트리버나 뉴펀들랜드 같은 견종은 발가락과 발가락사이에 얇은 막이 있는데, 이것이 마치 물갈퀴 역할을 하여 수영을 잘할 수 있다.
고양이의 발바닥 볼록살은 지방과 탄성 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흔히 젤리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양이가 걷거나 뛸 때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발 볼록살은 발에 있는 털과 함께 미끄럼을 방지해 주기도 한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충격을 받지 않는 것은 단지 발바닥의 볼록살 때문만은 아니다. 고양이는 유연한 관절과 민첩한 자세 조절 능력 덕분에 낙하 시 받는 충격을 사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개의 발바닥이 하는 기능
개는 털로 덮여 있는 부분에는 땀샘이 없지만 발바닥과 코 주변에는 땀샘이 있어 약간의 땀을 배출할 수 있다. 그러나 개는 땀이 아니라 주로 혀를 내밀고 호흡하는 방식으로 열을 발산하여 체온을 조절한다. 이런 생리적 특성과 달리 해내기 어려운 일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뜻으로 ‘개 발에 땀 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비유적 표현으로 실제 생물학적 사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더운 여름철에는 땀샘이 있는 발바닥 주변의 털을 밀어 주면 더 시원하게 느낀다고 한다.
혹시 ‘개가 동상에 걸렸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 아마 없을 것이다. 개는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발에 숨어 있는 비밀 때문이다. 개는 황제펭귄의 발과 같은 ‘역방향 열 교환’ 방식으로 추위를 이긴다고 한다. ‘‘역방향 열교환’이란, 심장에서 나온 따뜻한 동맥혈이 발로 내려가는 동안, 인접한 정맥을 흐르는 차가운 혈액에 열을 전달하고 스스로는 어느 정도 식은 상태로 발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반대로 정맥혈은 동맥에서 받은 열로 따뜻해진 채 심장으로 되돌아간다. 이는 동맥 주위를 그물망처럼 감싸는 정맥 혈관 배열 덕분에 가능한 구조이다.
고양이의 발바닥이 하는 기능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양이의 발바닥을 만졌을 때 고양이가 불쾌한 반응을 보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양이 발바닥에는 신경이 밀집되어 있어서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양이가 지진 등 자연 현상을 사람보다 먼저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고양이 발바닥 살은 굉장히 부드럽지만 두꺼운 피부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울퉁불퉁하거나 기울어진 곳을 다닐 때 무게 중심을 잘 잡고 거친 공간을 잘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판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고양이의 땀샘은 유일하게 발바닥에만 있다.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발에 땀이 나는데, 마치 사람이 긴장을 하면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과 비슷한 생리 반응을 보인다.
고양이의 발바닥에 있는 땀샘으로부터 분비된 땀은 주변의 털에 흡수되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나 사냥을 할 때 마찰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고양이의 발바닥에는 페르몬 분비샘이 있어서, 영역 표시를 하거나 안정감을 느낄 때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와 고양이의 발바닥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개가 발바닥을 자주 핥거나 걷는 것을 불편해하면 발바닥에 외상이나 감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또한 각질이 생기면 발바닥이 갈라질 수 있으므로 각질을 제거하고 바셀린이나 피부 보습제 등을 발라 줄 필요가 있다. 특히 바닥이 뜨거운 여름철에 개와 산책을 할 때에는 화상이나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 개에게 신발을 신기는 것이 발바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양이 또한 발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서 방치해 두지 말고 발바닥 볼록살의 색 변화 및 외상 유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양이가 발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면, 발을 만지고 맛있는 간식을 주면서 발을 내주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습관을 들인다.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발바닥 색깔까지 변했다면 동물병원에 바로 데려갈 것을 권한다. 또한 고양이의 발톱이 길어지면 발바닥이 찔릴 수 있으므로, 발바닥 볼록살을 눌렀을 때 튀어나온 발톱이 너무 길다면 깎아 주도록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