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이슈] 눈부신 'K의료'...그러나 변화가 필요하다

  • 등록 2025.09.04 23: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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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의료관광객 100만 명 육박
역대 최다…1조2천억 원 결제
의료 기술, 합리적 가격, K-컬처 덕분
'의료관광'이 아닌 '미용관광' 우려
서울 및 수도권에만 집중돼
중증 분야의 진료과 다변화 필요

한국헬스경제신문 유재민 기자 |


의료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연간 100만 명을 돌파하며 'K-의료'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수치 뒤에는 특정 진료과 편중과 불법 브로커 문제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100만 명에 육박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서울시가 4일 밝혔다. 서울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의료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K-의료’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의료 관광 얼마나 늘었나

 

서울시가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2개 국에서 외국인 환자 117만467명이 한국을 찾았고, 이 중 99만9642명이 서울시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대비 약 2.1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3.1배 수준이다.

 

 

일본(37.7%)과 중국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며 대만·미국·동남아시아 환자의 유입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지난해 해외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로 서울 의료기관에서 결제한 의료비는 총 1조2천억 원이다. 전국 결제액 1조4천억 원 중 85.7%가 서울에서 사용됐다.

 

외국인 환자 진료과목은 피부과 66만5천382명(64.2%), 성형외과 13만1천541명(12.7%), 내과통합 8만1천181명(7.8%) 순이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남(37만7천73명), 서초(28만8천475명), 마포(12만4천447명), 중구(12만222명), 송파(1만5천511명) 등 5개 자치구에서 약 92% 외국인 환자의 진료가 이뤄졌다.


시는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보다 약 14% 늘어난 만큼 의료관광객도 증가해 올해 연간 기록이 114만 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 왜 한국인가? -'기술'과 '팬덤'의 만남

 

외국인들이 한국 의료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한 '저렴함'을 넘어섰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 합리적 가격, K-컬처와 결합한 브랜드 파워 덕이다.

 

암 수술, 장기 이식 등 중증 질환 생존율이 OECD 최상위권이며, 특히 미용 성형 분야의 섬세한 기술은 독보적이다.

 

또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인의 피부와 외모에 대한 동경이 자연스럽게 의료 서비스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예약부터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IT 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외국인 진료 의료기관이 확대된 데다 서울시가 협력 의료기관 등에 지원하는 홍보·마케팅, 통역 코디네이터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20년 920곳이었던 외국인 진료기관은 2024년 기준 1천994곳으로 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는 의료관광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관광 기업 상담회 ‘서울의료관광 국제트래블마트’도 운영 중이다.

 

◇화려한 지표 뒤의 '3대 아킬레스건'

 

K-의료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전체 외국인 환자의 약 70%가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우선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의료관광'이 아닌 '미용관광'에 머물게 할 우려가 있다. 

 

중증 환자 유치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환자의 80% 이상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역 의료 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

 

등록되지 않은 불법 브로커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면서 의료비가 부풀려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가격 투명성을 저해하고 '바가지 요금'이라는 오명을 씌워 한국 의료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이다.

 

귀국 후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거나 후속 조치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도 큰 불안 요소다.

 

외국인 환자를 위한 의료 사고 배상 책임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분쟁 해결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고 언어 장벽이 높다.

 

◇ '지속 가능한 K-메디컬'을 위하여

 

전문가들은 K-의료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우선 진료과 다변화가 필요하다. 암, 심혈관, 난임 치료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중증·특수 분야의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가격 투명성도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표준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불법 브로커에 대한 단속을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사후 관리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환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현지 의료진과 협진하거나 비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애프터케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의료관광은 한 번의 시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서비스다.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 진정성 있는 케어가 K-의료의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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