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침묵의 살인자’ 두경부암이 늘고 있다] (下)백신접종만이 유일하고 확실한 예방

  • 등록 2026.01.03 2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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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남성의 HPV 백신 접종 강력 권고
남성도 45세까지는 백신 접종 권장
가다실9, HPV 90% 이상 차단
조기 발견하면 90% 이상 치유 가능

한국헬스경제신문 유재민 기자 ㅣ

 

최근 한국 사회에서 ‘두경부암’이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고령의 애연가나 애주가에게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40~50대 비교적 젊은 남성층에서도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주요암이 되었다. 특히 여성의 자궁경부암 원인으로만 알려졌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두경부암 급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HPV가 성(性) 매개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HPV(Human Papilloma Virus)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구강성교 등을 통해 목구멍 깊숙이 숨어 있다가 10~20년 뒤 암세포로 발현한다. 특히 남성에게 더욱 그렇다. 세 차례에 걸쳐 두경부암의 발생 원인과 예방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HPV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흔한 것이다.HPV 감염은 ‘부주의’의 결과가 아니라, 인류가 겪는 보편적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옮았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다. 특히 중년 남성에게 두경부암 예방은 성적 행태의 문제가 아닌, 필수 건강 관리로 인식되어야 한다.

 

흡연과 음주는 아직도 두경부암의 가장 큰 전통적 원인이다. 담배와 술을 동시에 하는 사람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최대 35배까지 치솟는다. 그러나 흡연률이 줄면서 후두암은 정체하고 있고 목구멍 안쪽(인두)과 입속(구강)에 생기는 암이 급증하고 있다. 그 원인은 성관계로 인한 감염이다.

 

성적 파트너 수가 많을수록 감염 노출 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콘돔이나 치과용 댐(Dental Dam) 사용이 구강 감염 확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피부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완벽하지 않다.

 

구강성교가 일상적인 성문화의 일부가 된 지금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이다. 현재 남녀 청소년(남성 청소년은 올해부터)은 국가가 무료 접종을 하고 있지만 성인은 아니다.

 

HPV 관련 암이 늘어나자 의료계에서는 남성의 HPV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진 ‘가다실9’ 등은 남녀의 두경부암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가다실9(9가 백신)은 암을 유발하는 HPV 원인의 약 90% 이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성인이 된 중년 남성이 지금 백신을 맞아도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비록 최적기(청소년기)는 지났더라도 새로운 HPV 유형에 대한 방어가 된다. 이미 한두 가지 유형에 노출되었더라도, 백신이 예방하는 다른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방어력을 갖게 된다.

 

중년 이후에도 성생활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감염 기회는 언제든 존재한다. 백신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항체를 만들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속 감염 상태를 막아준다.

 

과거에는 만 26세까지만 백신 접종을 권장했으나, 최근 임상 결과에 따라 만 45세까지 접종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45세가 넘었더라도 의사와 상의하에 접종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개인의 성적 활발도에 따라 결정된다.

 

성인의 경우 총 3회 접종 (0개월, 2개월, 6개월 간격) 맞아야 하고 비급여 항목으로 1회당 약 20만 원 내외가 든다.

 

◇두경부암 치료와 생존율

 

두경부암은 빨리 발견하면 90% 치유가 가능하다. 두경부암의 가장 큰 특징은 조기 발견이 생사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두경부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할 경우 ‘먹고 말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앗아간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이비인후과 진료, 그리고 백신 접종이 얼굴과 목소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술, 담배는 HPV가 암세포로 변하는 속도를 가속화하므로 반드시 절제해야 한다.

 

두경부암 초기(1, 2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중 하나만 시행해도 완치율이 매우 높다. 하지만 3, 4기로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가 도입되어 전이성·재발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특정 암 하나에만 쓰는 약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깨워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면역 관문 억제제’로 워낙 치료 범위가 넓어 의료계에서는 ‘항암제의 맥가이버 칼’이라고 말한다

 

1세대 화학항암제처럼 세포를 직접 죽이는 게 아니라 면역력을 이용하므로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반응이 나타나는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매우 길게 지속되어 완치에 가까운 기대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약 18개 암종, 35개 적응증에 대해 허가를 받은 상태로, 두경부암도 해당된다.

반가운 소식은 2026년 1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범위가 대폭 확대돼 연간 약 7,000만 원에 달하던 약제비가 급여 적용 시 약 36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두경부암은 조기에 진단될 경우 5년 생존율은 90%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4기에 이르면 생존율은 30~50% 수준으로 급락하며, 설령 목숨을 건지더라도 혀를 절제하거나 목소리를 잃는 등 신체 기능의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배우 김우빈이 투병 사실을 알렸던 비인두암은 두경부암의 일종인데 다행히 그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거쳐 완치됐다. 두경부암이 젊은 나이에도 찾아올 수 있는 질환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민욱은 2015년 두경부암 판정을 받은 후 약 2년간의 투병 끝에 2017년 별세했다.

 

 

다음 5가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낫지 않는 입속 궤양(구강암 신호)

 

피곤할 때 생기는 아프타성 구내염은 보통 1~2주면 사라진다. 하지만 특정 부위의 궤양이 3주 넘게 지속되거나, 주위가 딱딱하게 느껴진다면 단순한 피로 탓이 아닐 수 있다.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침범하며 만드는 ‘경결(단단함)’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이유 없는 목소리의 변화(후두암 신호)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목소리 톤이 변해 2주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면 성대에 혹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흡연력이 있는 중년 남성에게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이다.

 

-목에 만져지는 ‘통증 없는’ 혹(림프절 전이 신호)

 

가장 위험한 신호 중 하나다. 감기 몸살로 림프절이 부으면 대개 통증이 동반되지만, 암으로 인한 혹은 통증이 거의 없다. 귀 아래나 목 옆부분에 단단한 멍울이 잡힌다면 이미 구인두암이 진행되어 주변 림프절로 퍼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음식물을 삼킬 때의 이물감 (구인두암 신호)

 

침이나 음식을 삼킬 때 목에 뭔가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거나, 한쪽 귀가 아픈 연관통이 나타날 수 있다. HPV가 주로 서식하는 편도나 혀 뿌리에 종양이 생기면 식도가 좁아지거나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구강 내 적색 또는 백색 반점

 

입천장이나 볼 안쪽, 혀 옆면에 붉거나 하얀 반점이 생기는 ‘백반증’이나 ‘적반증’은 대표적인 전암 단계(암으로 가기 직전) 증상이다. 통증이 없다고 방치하면 특정 단백질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악성 종양으로 변이한다.

 

두경부암 전문의들은 “거울 앞에 서서 입안을 살피고 목을 만져보는 1분의 습관이 10년 뒤 당신의 목소리를 지킵니다”라고 말한다.

 

[두경부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입속 궤양이 3주 이상 낫지 않는다.

목에 혹이 만져진다.

목소리가 갑자기 변해 2주 이상 지속된다.

음식물을 삼키기가 불편하거나 통증이 있다.

입안에 적색이나 백색 반점이 생겼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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