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프랑스 희대의 ‘강간 사주’ 재판...남성 70명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

약물로 아내 실신시킨 후 인터넷으로 남자들 불러
공개 재판 요구한 피해자는 ‘용기와 정의의 상징’ 돼

프랑스 여성들 연일 지지와 연대 시위 벌여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남편의 사주로 의식이 없는 채 모르는 남성 70명에게 성폭행당한 아내에 대한 사건이 공개재판으로 진행되면서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해자는 프랑스 남동부 아비뇽 근처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지젤 펠리코(72)라는 여성이다. 공개 재판을 요구한 그는 프랑스에서 용기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프랑스 여성들이 연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젤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1)는 2011년 7월부터 아내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게 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젤은 9월 4일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첫 심리에서 이 사건이 대중의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한 검찰과 가해자 인권을 내세운 변호인단에 맞서 당당히 공개 재판을 요구했다.

 

사건의 실체를 만천하에 밝히기 위해 익명 재판을 포기한 지젤의 용기는 프랑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재판부는 지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개재판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젤의 얼굴은 거의 매일 프랑스 TV와 신문을 장식하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는 반성범죄 시위 피켓에 등장했다. 지젤의 지지자들은 지젤이 법원에 출석할 때마다 모여 응원을 했다.

 

지젤은 19일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마지막 피해자 진술을 했다. 지젤은 법정에서 “이젠 마초적(남성우월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며 “그들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강간은 강간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엽기적인 이 ‘강간 사주’ 사건은 남편 도미니크가 2020년 9월 동네의 한 슈퍼마켓에서 휴대전화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이 압수한 도미니크의 컴퓨터에는 많은 남성들이 의식을 잃은 지젤을 강간하는 사진 300장과 영상 한 편이 발견됐다. 아내에게 약물을 먹였다고 자랑하면서 의식이 없는 동안 아내와 성관계를 가지라며 남자들을 초대하는 메시지도 발견됐다. ‘학대’라는 제목이 붙은 폴더에는 무려 2만 건이 넘는 음란 사진과 동영상이 나왔다.

 

현재까지 경찰은 72명의 남성이 최소 92회의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고, 그 가운데 50명을 체포해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50명은 26세에서 74세 사이의 기혼 또는 미혼 남성들로 직업은 다양했고 평범한 남자들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전 남편 도미니크와 일부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했으나, 다른 피고인 30여 명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지젤을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모든 책임을 도미니크에게 돌렸다.

 

지젤과 도미니크의 두 아들은 법정에서 아버지를 엄히 처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젤은 오랫동안 남편이 자신을 상대로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이유 없이 머리가 빠지고 체중이 줄었으며, 기억력까지 나빠지자 스스로 알츠하이머병이 아닐까 의심하며 지냈다고 한다.

 

​지젤은 남편이 불법촬영으로 붙잡힌 후 경찰서에 소환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