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혼냈을 때 반려견은 반성할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반려견이 아무 데나 소변을 보거나 물건을 물어뜯어서 혼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 반려견은 고개를 숙이고 눈치를 보는 표정을 짓고,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기도 하고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서, 눈을 내리깔았다가 곁눈질로 쳐다보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에 주인은 혼내는 것을 알아듣고 반려견이 반성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려견은 무엇 때문에 혼나는지도 모른 채, 주인이 화를 내고 있어서 무섭고 불안할 뿐이다. 미국 바너드 대학교의 개 심리학자인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박사는 「죄지은 듯한 표정을 해석하기: 익숙한 개 행동을 유발하는 주요 단서들」라는 연구에서, “인간들은 자신의 감정에 기초해서 개의 감정을 해석하기 때문에 잘못 헤아리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개의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하였다. 보호자가 혼낼 때 반려견이 죄를 지은 듯한 표정과 행동은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인한 행동인데, 사람들은 반려견이 죄책감을 느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잘못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국헬스경제신문 | 오동진 영화평론가 COVID-19 사태가 준 (아주아주 미세한) 긍정적 효과 하나는 사람들에게 감기가 자신들을 죽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줬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감기란 때가 되면 와서 며칠 좀 아프다가 지나가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목 아플 때 먹는 약, 콧물 날 때 먹는 약, 몸이 이곳저곳 쑤실 때 먹는 약 등등 치료약도 다 개발돼 있다고 생각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변이에 변이를 거쳐 매번 새롭게 치명적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이건 어쩌면 역사 의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그동안 줄곧, 잊을 만하면 다시 창궐해서 사람들을 엄청나게 해쳐 왔기 때문이다.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사실상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긴 요소가 됐었다. 당시 추산으로 세계 인구 5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통계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때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1억 명으로까지 유추하고 있다. 1968년의 홍콩 독감도 역사에 남는 사건이었다. 최대 400만 명이 사망했다. 독감과 감기는 늘 인류 역사의 어두운 그늘이었다. 인류 말살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최대 병기였던 셈이다. 그걸 자꾸 사람들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다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임상조교수 “아이가 밤마다 열이 나고 코를 골아요. 감기가 오래가는 걸까요?” 열이 나면서 목이 아프면 단순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 감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진단을 해 보면 편도염인 경우가 많다. 편도염은 소아부터 성인까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편도는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종의 방어벽인데, 오히려 그곳에 염증이 생기면 심한 통증과 삼킴 장애, 발열을 일으킨다. 특히 반복적으로 재발하면 수면 장애나 집중력 저하 등 일상생활 전반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급성 편도염과 만성 편도염의 차이 급성 편도염은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인후통과 고열, 삼킴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목 안을 들여다보면 편도가 빨갛게 부어 있고, 하얀 고름이 끼어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항생제를 병용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휴식과 수분 섭취, 해열진통제로 호전된다. 하지만 이런 급성 염증이 1년에 여러 차례 반복되면 편도 조직이 비대해지며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상태로 남는다.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의혁 차의과대학교,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자궁경관무력증이란 무엇인가 자궁경관무력증은 임신 중 자궁경부가 충분히 단단하게 닫혀 있어야 하는 시기에 열려 버리는 상태, 즉 통증이나 진통 없이 자궁경부가 짧아지는 병이다. 자궁경부 길이가 짧으면 조산 위험성을 높이고, 향후 조기 진통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초음파 검사가 발달하지 않았고 또한 진통이 없어서 임부자신도 증상을 알기 쉽지 않아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신 20주 초반에 정밀 초음파를 볼 때 임부의 자궁경부 길이를 측정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쌍둥이가 아닌 단태임신 기준으로 자궁경부 길이는 정상적으로는 25주에 3.5cm가 평균이며 이 길이는 임신 주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짧아진다. 일반적으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짧은 자궁경부 길이의 기준은 2.5cm 이하로 본다. 참고로 자궁경부 길이는 측정자나 측정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 측정 도중 자궁 수 축이 일어나면 길이가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일정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한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은직 하나로의료재단 호르몬건강클리닉원장, 내분비내과 전문의 최근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성과 활력의 상징처럼 인식되며, 특별한 질환이 없는 젊은 남성들까지 남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도하고 있다. 피로감이나 성욕 감소를 호르몬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근력 증가나 노화 방지 효과까지 기대하며 호르몬제를 찾는다. 호르몬제 오남용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 FDA는 이에 대해 경고하는 한편, 남성호르몬 제품 라벨에 위험성을 명확히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남성호르몬 부족, 성선기능저하증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은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는 상태로 성욕 저하, 발기 부전, 근력 감소,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중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겨도 호르몬 분비가 감소할 수 있다. 원인은 선천적 이상부터 후천적 요인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병력 청취 후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하며, 정확성을 위해 하루 중 수치가 가장 높은 오전 8~10시 사이에 검사한다. 이때 세 차례 이상 수치가 정상 이하이고, 명확한 증상이 있다면 테스토스테론 결핍 진단을 내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오랫동안 치매 환자와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하여 왔다. 뇌에 발생하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인 치매(알츠하이머)는 인지 기능을, 파킨슨병은 운동 기능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오래 만나다 보니 보호자들과도 잘 알고 지내며 환자 치료 과정에서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오늘도 어머님은 같이 안 오셨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아버님이 못 오신 걸 보면 몸이 많이 안 좋으신 모양이네요.” 보호자가 대신 약 처방을 받으러 오면 무심히 건네는 대화다.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간병하는 사람에게 마음 편한 날이 얼마나 있을까? 보호자 혹은 대리인이 환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따라 처방도 하고 조언도 한다. 과연 이러한 진료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과정일까? 실제로 치료해야 할 환자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 지 1년이 지났다. 보호자의 얼굴은 기억하는데 정작 환자의 얼굴은 가물가물하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상황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이 불편함의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또한 현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다희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임상조교수 음식을 먹을 때나 말을 할 때,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침’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단순히 음식을 부드럽게 삼키게 하는 것을 넘어, 구강 점막을 보호하고 세균 감염을 막는 등 입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침을 만들어 내는 기관은 ‘침샘’이다. 우리 몸에는 여러 침샘이 있는데 그중 귀 바로 아래쪽의 이하선(귀밑샘), 턱 아래쪽의 악하선(턱밑샘), 혀 밑쪽의 설하선(혀밑샘)이 큰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멍울(혹)이 생길 수 있으며, 드물지만 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침샘 종양,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까 침샘 종양은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 없지만 귀밑, 턱밑 또는 뺨 부위에 멍울 같은 것이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은 큰 위해가 없는 양성이지만, 점점 커지거나 단단해지면서 얼굴 한쪽에 통증 혹은 마비가 동반된다면 위험 신호다. 특히 안면마비가 생겼다면 악성일 가능성이 높고, 종양이 신경까지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단은 목과 얼굴 부위를 촉진해 멍울의 위치와 크기, 단단한 정도를 확인한 뒤 초음파를 시행한다. 침샘암은 진행이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의혁 차의과대학,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제왕절개, 이제는 선택의 시대 마취 기술과 수술법 발달로 최근에는 제왕절개를 시행하여도 분만 후 부작용이 자연분만과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진통과, 진통 중 겪게 될 고통 그리고 자연분만 중 골반 장기의 손상으로 인한 분만 후 요실금 등 비뇨부인과적 문제에 대한 걱정도 많다. 이 때문에 의학적 필요성이 없어도 임부의 요청으로 제왕절개를 하는 ‘선택제왕 (Cesarean Delivery on Maternal Request, CDMR)’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성 인권 향상으로 임부가 분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된 것 역시 선택제왕 비율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이런 경향은 일반인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데, 특히 산과 의사, 비뇨기과 의사,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택제왕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분야 의사들의 경우 분만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직접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큰 문제 없이 분만을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전체 분만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은주 연세대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로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아동기 유병률은 약 5~7%, 아동기 ADHD 증상이 청소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50~80%, 성인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35~65% 정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아이의 장기적인 발달과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하다. 인지 훈련으로 주의력이 향상될 수 있을까 ADHD의 핵심 증상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충동성 등이다. 흔히 감정 조절 어려움, 학습 및 사회성 문제, 작업 기억력 저하가 동반된다. 최근 여러 정보를 통해 부모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ADHD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나,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 아이들, 다 산만하지 않나?”, “약은 중독되는 것 아닌가?” 같은 오해가 널리 퍼져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약을 기피하면서 “적절한 훈련을 받으면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다. 실제로 뉴로 피드백(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피드백을 제공하여, 개인이 자신의 뇌 활동 패턴을 스스로 조절할
한국헬스경제신문 | 오동진 영화평론가 11월이다. 11월은 늘 문학과 영화, 미술과 음악의 주요한 소재가 돼 왔다. 독일 한스 에리히 노삭의 전설적인 소설 『늦어도 11월에는』이야말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나 『헤다 가블러』, 혹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1857년에 쓴 『마담 보바리』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잇는다고 여겨지나, 이 작품의 연보 역시 1955년으로 생각보다 오래된 작품이다. 대기업 사장의 부인인 28살 유부녀 마리안네가 남편의 회사가 제정한 문학상 수상자인 34살 작가 베르톨트를 만나 급격하게 사랑에 빠지고 모든 것을 버리고 그와 함께 애정 도피 행각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라면, 영화는 수없이 많이 다뤄 왔는데 그중 대표 격으로는 물경 60년이 넘은 영화 <페드라>(1962)가 있겠다. 줄스 다신이 만들었고 앤서니 퍼킨스와 멜리나 메르쿠리가 나왔다. 마지막 장면에서 알렉시스(퍼킨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계모 페드라(메르쿠리)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면서 차를 과속으로 몰아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마치 새로운 얘기, 창작한 얘기 같지만 사실 이런 모든 멜로의 설정은 2천 년 전 작가 에우리피데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