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서유리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강남세브란스 소아안과
“아이가 칠판 글씨가 안 보인대요.”, “텔레비전 앞에 붙어 앉아서 봐요.” 아이 눈 때문에 걱정이 되어 안과를 찾는 부모가 많다. 소아 근시는 단순히 안경만 쓰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어린 시절의 시력은 성장 과정에서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근시는 왜 위험한가
근시는 먼 곳이 흐릿하게 보이는 시력 이상 문제로, 보통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앞뒤로 길어지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근시가 빠르게 진행되거나 고도근시로 악화되면, 단순한 교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망막이 늘어나면서 망막박리, 녹내장, 황반변성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잘못하면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아이들의 근시 발생률은 급증하고 있고, 시작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만 4~5세경부터 근시가 시작되면 성장기 내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 아이들에게 근시가 많아졌을까
근시의 발생 및 진행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근거리에서 하는 작업 시간과 근시의 진행은 강한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최근 아이들이 과거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자주 사용하면서 근시 유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대로 매일 야외에서 일정하게 활동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근시 진행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예방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야외 활동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2시간 이상 자연광에 노출되는 것이 근시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도 20-20-20 법칙을 실천해 보자. 20분마다 20초 동안 20피트(약 6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책상 높이와 조명, 화면과 눈 사이의 거리도 점검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눈에서 30센티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사용하고, 장시간 연속해 사용하는 것은 피한다.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하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근시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에는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 방법도 다양하게 개발 중이다. 대표적으로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 치료와 드림 렌즈(야간 착용 렌즈)를 이용한 치료가 있는데, 두 방법 모두 일정 수준의 근시 진행 억제 효과를 보인다. 그 밖에 광학적으로 특별하게 설계된 소프트렌즈와 안경 등도 근시 관리에 활용될 수 있으며, 각 방법은 장단점이 있다. 아이의 연령, 눈 상태, 생활 패턴 등에 따라 안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의 적절한 시력 발발달, 평생을 위한 선물
소아 근시는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시력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더 지켜보자.”, “안경만 쓰면 괜찮겠지.” 하며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가 멀리 있는 것이 잘 안 보인다고 하거나, 텔레비전을 가까이 가서 보는 등 시각적 보상 행동을 한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성장기 아이의 눈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변한다. 정기적인 시력 검사와 환경 관리, 즉 적절한 조명, 바른 독서 자세, 스마트 기기 사용 제한, 충분한 야외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주변 환경과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아이의 시력이 나빠졌다고 생각되면 즉시 전문의의 치료를 통해 아이가 맑고 건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