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혈변’이 보내는 위험신호…염증·대장암 의심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간혹 피가 섞인 대변을 보는 사람이 있다. ‘혈변’을 단순히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면 안 된다.

 

변 자체에 피가 섞여 있는 것은 대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몸이 보내는 신호다.

 

대변에서 선홍색의 피가 섞여 나온다는 것은 소장, 대장, 직장 등의 하부 위장관에서의 출혈을 시사한다. 대변에 붉은 피가 소량 묻어 나올 수도 있고 핏덩어리가 보일 수도 있으며 설사에 섞여 나올 수도 있다.

 

혈변과 구별되는 흑변은 검은색을 띠는 변을 의미하며 상부 위장관 출혈이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흑변은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위산과 반응하여 검게 변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다만 하부 위장관 출혈에서도 혈액이 장 내에 오랜 기간 머문다면 검은색 대변이 나올 수 있다.

 

혈변이 있는 환자는 대장내시경 검사, 혈관촬영술, 방사선동위원소 스캔 등을 통해 출혈 부위를 찾아낸다.

 

혈변이 나오면 대장 질환, 직장 질환, 항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혈변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 질환으로는 대장암, 대장 용종, 궤양성대장염, 게실염, 허혈성 장질환, 이질 등이 있고 직장 질환에는 직장암, 직장 용종 등이 있다. 치핵, 치열, 치루 등의 항문 질환 역시 혈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혈변은 염증성 장질환의 대표적 증상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사관 전체에 만성적인 염증이 나는 것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면역체계가 과다반응해 장내 정상적인 세균을 공격하는 게 직접적 원인이다. 간접적인 원인으로는 육류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있다. 염증성 장질환이 있으면 극심한 복통과 설사가 수시로 발생한다. 염증으로 인해 손상된 대장 내벽에서 출혈이 일어나 대변에 피가 섞여나오는 혈변을 보는 일이 잦다.

 

 

소화가 잘 안 돼 식욕이 줄고 영양 불균형이 생길 위험도 크다. 심한 경우 장 내 염증이 관절·피부로 옮겨가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의 개념이 없는 난치성 질환이므로 평소 증상이 악화하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술·커피·맵고 짠 음식·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유제품과 섬유질은 대변의 양을 늘려 장내 염증을 자극하므로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대장암에 걸려도 혈변을 볼 수 있다. 대장암은 갑상선암과 위암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암이다. 대장암의 주요 증상은 설사·변비·잔변감·식욕 부진·소화불량·피로감 등이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대변이 붉은색·검은색을 띄면 암으로 인한 장 출혈이 원인일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또 50세 이상부터는 5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