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

[건강한 밥상] <16>비싼 소고기 이렇게 구워보세요

최소 한 시간 전에 소금 치면 육즙 살아나
30초마다 뒤집을수록 빨리 익어
10분 기다리고 먹으면 육즙이 골고루 퍼져
후추 대신 허브를 사용

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비싼 안심이나 등심을 잘못 구우면 주변 사람한테 타박을 듣는다. 고기는 이렇게 구워 먹어야 제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다 맞는 이야기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스테이크 맛있게 구워먹는 법이다.

 

◇하루 전이나 한 시간 전에 소금 쳐라

 

고기를 소금에 재운 뒤, 50분 이상 지나면 삼투압 작용(물이 저농도 용액에서 고농도로 이동하는 현상)으로 밖으로 빠져나온 육즙과 소금이 섞인 용액을 고기가 다시 흡수한다.

 

이때 고기를 구우면 소금간이 제대로 밴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소금에 재우는 시간은 길수록 좋다. 50분은 최소 시간이다.

 

요리과학자 켄지 로페즈 알트가 스테이크 6개를 10분 간격으로 소금을 뿌린 채 굽는 실험을 했는데 약 50분부터 다시 빠져나온 육즙이 흡수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룻밤 정도 소금에 재우는 게 가장 맛있다.

 

그는 “소금을 치고 밤새 둔 스테이크는 소금이 고기 속으로 침투하면서 고기 색이 짙어지고, 소금이 근육 조직을 느슨하게 해 굽고 나서도 오랜 시간 재우지 않은 스테이크보다 더 많은 수분 즉, 육즙을 머금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을 때 차선책은 삼투압 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소금을 뿌리자마자 고기를 굽는 것이다. 애매하게 3분~30분 정도 스테이크에 소금을 재우는 건 가장 악수다.

 

 

◇30분마다 뒤집어라

 

자주 뒤집든, 한 번만 뒤집듯 맛은 비슷하다. 태우지만 않으면 된다.

 

다만, 자주 뒤집을수록 빨리 구울 수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햄버거 패티 등 종류와 상관없이 대부분 고기에 적용된다. 이 사실은 식품 과학자들이 증명했다. 많이 뒤집을수록 열이 고기에 더 고르고 빠르게 전달돼 조리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30초마다 뒤집는 것이다. 한 실험에 따르면 30초마다 뒤집은 스테이크가 미디엄레어 수준인 54도에 가장 빨리 도달했다. 그다음은 15초마다, 1분마다, 단 한 번 뒤집는 순으로 빨리 익었다. 30초마다 뒤집은 스테이크는 한 번 뒤집은 스테이크보다 약 2분 정도 더 빨리 익었다.

 

◇10분만 ‘레스팅’한 후에 먹어라

 

빨리 먹고 싶어도 고기를 구운 후 딱 10분만 기다리자. 그간 마법처럼 육즙이 살아나서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만족감이 달라진다.

 

이렇게 기다리는걸 ‘레스팅’이라고 부르는데, 10분간 육즙이 고기 곳곳으로 균일하게 퍼진다. 육즙은 비교적 온도가 낮은 중심부로 모인다. 레스팅 시간 동안 표면과 중심 온도 차가 감소하면서, 가운데 몰려있던 육즙이 표면으로 퍼지는 것이다.

 

동시에 가열로 수축했던 고기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육즙 이동이 원활해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스테이크 속 단백질 등이 육즙의 점도를 높인다. 이후엔 고기를 잘라도 육즙이 외부로 빠르게 유출되지 않는다.

 

고기를 다 굽고나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잘라 먹으면 육즙이 외부로 새어 나와 식감이 퍽퍽해진다.

 

보통 소고기 스테이크는 5~7분 정도, 두꺼울 땐 10분 정도 레스팅을 하는 게 좋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시지 등 가공육도 레스팅을 하고 먹으면 더 맛있다. 식은 고기가 싫다면, 레스팅 후 조리하면서 나온 기름을 한 번 더 데운 뒤 먹기 직전 고기 위에 부으면 된다.

 

◇후추 대신 허브를 사용하자

 

고기를 구울 때 잡내를 없앤다고 후추를 뿌리고 센 불에 가열하면 발암물질이 늘어난다고 한다.

 

후추 대신 타임, 민트, 세이지, 로즈마리, 바질 같은 허브를 짓이겨 즙을 낸 뒤 레몬 즙이나 와인, 식초와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보자. 허브에는 타이몰, 페놀 등의 항암성분이 들어 있어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양념장을 고기에 발라 구워 먹으면 몸속에서 발암물질인 엔니트로소 화합물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해준다.

 

후추를 꼭 뿌려 먹어야겠다면 가열 과정이 다 끝난 뒤 가볍게 한 두 번 뿌리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