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이런 병, 저런 병] ⑬PGAD...하루에 수십 번 오르가슴이 온다면?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오르가슴을 느끼면 느낄수록 좋을 것이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아무런 성적 자극 없이도 하루에 50번, 심지어 100번 이상 자신의 몸이 오르가슴을 경험한다면?

 

당연히 일상생활이 힘들게 된다. 오르가즘은 신경계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하고 정신적으로도 큰 혼란에 빠진다.

 

이런 현상은 질병으로 분류된다. 아주 드물지만도 않다. 온라인에 보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더러 있다. 원치 않는 흥분과 예측할 수 없는 오르가슴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 ‘생식기 지속 흥분장애’, 또는 ‘지속성 생식기 각성 장애’ (Persistent Genital Arousal Disorder, PGAD)’라고 불린다.

 

해당 질환을 겪는 여성들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오르가슴을 느끼며 적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루에 수십 번 최대 100번 이상 느껴서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하며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여성도 있다.

 

주된 증상은 음핵의 찌릿찌릿함, 질이 흥분된 것처럼 부푼 느낌, 질 윤활액 증가, 자발적 질 움찔거림, 평소의 질과 다른 느낌, 유두 발기, 음핵 발기 등이다. 자위나 성관계를 해도 증상 해소에는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는 하루에 50차례 가까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 29세 여성의 사연이 보도됐다.

 

이 여성은 주로 이른 아침이나 밤에 하루 평균 3~5회, 최대 하루에 50회까지 증상이 발현한다며 외출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성폭행당한 트라우마로 항우울제 복용과 중단을 반복했으며, 이후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하루에 약 100번씩 오르가슴을 느껴 고통스럽다는 브라질 모델의 고백이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에 보도된 적이 있다.

 

지난 4월에는 이 질병을 15년 넘게 앓고 있는 21세 미국 여성의 사연이 미국 뉴욕포스트에 보도됐다. 그는 6살 때부터 PGAD를 앓아왔는데 생식기 신경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2001년 처음 알려진 PGAD는 여성의 약 1%가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은 골반 혈관 기형, 신경 이상, 약제의 부작용, 성호르몬의 변화, 기타 신체 및 정신적 요소 등이지만 원인 불명의 경우가 많다. 여성의 외부 생식기에 일시적으로 혈액이 몰려 울혈상태가 되면서 성적 흥분상태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하지불안증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과잉성욕이나 성중독 상태와는 다르다.

 

증상 특성상 여성 환자들이 많지만 남성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2014년에 나온 마크 러팔로,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땡스 포 쉐어링’이라는 영화는 그런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남성이 극복해가는 이야기다.

 

​남성에게는 유사한 질병이 있는데 성욕이 없는 상태에서 수 시간 이상 발기가 가라앉지 않고 통증이 있는 ‘음경 지속발기증’이다.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돼 영구 발기부전이 올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PGAD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증상과 과거력, 신체 상태에 대한 것을 감추지 말고 전문의에게 정확하게 모두 전달하는 것이다.

 

원인은 정확히 규명하기 힘들어도 치료는 가능하다. 대부분 약물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를 한다. 안정제를 사용하거나 증상을 악화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 등이 쓰인다.

 

PGAD 환자는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불안감과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행동이나 조건이 있는데 그런 상황이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성적 자극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수술하는 방법도 있다. 남성은 반복적인 성범죄자에게 가해지는 형벌인 ‘화학적 거세’ 같은 방법이 있긴 하지만, 여성은 음핵 절제술을 통한 물리적 요법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절정을 느끼는 부위가 음핵만은 아니기 때문에 100% 치료가 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