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이런 병, 저런 병] ⑮피 날 때까지 긁는 ‘결절성 양진’

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팔에 벌레 물린 것처럼 발진이 한두 개 생기더니 갈색 딱지 같은 결절이 팔다리부터 몸통까지 번진다.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 피 날 때까지 긁다가 진물에 피부가 짓무른다. 처음엔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인 줄 알았다. 수개월이 지났어도 전혀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피부질환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환자가 적지 않고 고통이 심하며 치료 기간이 길고 어렵고 재발을 잘 한다.

 

이름도 낯선 ‘결절성양진’이라 불리는 피부병이다. ‘결절’은 피부에 생기는 단단한 덩어리를 말하고, ‘양진’은 가려움이 동반된 발진을 의미한다.

 

피부 표면에 결절이 튀어나와 외모적인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환자들이 고통을 겪는다. 가려움이 너무 심해 긁다 보면 상처가 생기고, 이로 인해 세균 감염과 같은 2차 감염이 발생하기 쉬운 질환이다.

 

 

증상 초기에는 벌레에 물린 듯이 붉어지는 결절이 먼저 형성이 되고 형성된 결절들 사이의 피부에 심한 가려움증을 느끼게 된다.

 

결절성양진은 치료하지 않으면 80% 이상은 6개월 이상, 절반 이상은 2년 이상 지속되는 가려움증을 겪는다. 결절성 양진을 단순히 피부 가려움증이 심한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봐선 안 되는 이유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아토피, 습진, 만성두드러기와 같이 인체와 피부의 면역 불균형과 과민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염증성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제2형 염증에 주목하고 있다. 제2형 염증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킬 때 이상 과민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제2형 염증은 결절성양진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결절성 양진을 동반한 사람이 많다.

 

기존에는 제2형 염증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없어 국소 스테로이드 등 제한된 방식으로 치료했다. 레이저를 이용하여 병변을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재발이 잦았다.

 

최근 제2형 염증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인 인터루킨, 사이토카인 등을 표적으로 한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가 국내에서 승인받으면서 조금은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일종의 표적 면역요법인데 비용이 많이 든다.

 

결절성 양진은 쉽게 재발되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단순히 외부의 증상을 없애는 치료가 아닌 몸 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원인 치료를 조기에 시행해야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 쪽에서 많이 치료하고 있다.식이요법이나 운동, 수분 섭취와 스트레스 조절 등 육체적 정신적 휴식과 체력을 기르는 것이 이 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