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

대법원, “영상통화 중 나체장면 녹화는 무죄”

성폭력처벌법은 ‘신체 직접 촬영’만 처벌
“수신된 영상 녹화한 이미지 촬영은 범죄 안돼”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나체가 나오는 모습을 녹화해 저장한 경우 이는 피고인이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성폭력범죄처법벌상 불법촬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게 아닌 이미지를 녹화한 것이므로 불법촬영이 아니라는 의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0월 31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키르기스스탄 국적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5월 샤워 중인 러시아 국적의 여성 B씨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녹화하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B씨를 폭행하고 스토킹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두 사람은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7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여러 혐의 중 나체 촬영 부분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녹화기능을 이용해 녹화·저장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래에도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경우에만 적용하고, 신체 이미지를 촬영하는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A씨의 불법 촬영 혐의는 무죄로 보고 형량을 다시 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