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역사와 의학] ④세균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인 소독약

과거에는 소변으로 소독
포비돈 요오드가 가장 대중적
산업, 공중보건 전 분야로 확대돼

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깨끗한 물이나 소독약이 없던 시절, 소변은 수 세기 동안 전쟁터에서 다친 병사들의 상처를 씻어내는 역할을 했다. 사람의 소변은 요로감염증만 아니라면 무균 상태다. 따라서 소변을 소독약으로 사용한 것은 나름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소독약은 인류 역사상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로, 상처가 났을 때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한 게 목적이다. 소독약의 발명은 인류의 건강과 생존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고 수술실과 가정에서의 필수 의약품이 되었다.

 

​​소독의 개념을 최초로 적용한 의사는 영국의 외과 의사 조지프 리스터(1827-1912)다.

 

그는 무균법의 창시자이자 소독 수술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그 시절 영국에서는 수술 후 감염에 의한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수술을 최대한 빨리 끝내주는 의사가 인기가 있었다.

 

유명한 외과의사였던 리스터는 하수구 정화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페놀(C6H5OH)류의 한종류인 석탄산(카르본산 페놀)을 이용한 소독을 처음 사용해 수술 후 감염과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수술실에 석탄산 용액을 뿌리고, 석탄산으로 수술 도구와 붕대, 환자의 상처를 소독했다. 그 덕분으로 외과 수술이 엄청난 발전을 했고 그는 남작 작위를 받았다. 구강청결제 ‘리스테린’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리스터 이후 화학적인 소독약의 개발과 발명이 경쟁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소독제로 사용되었고, 의료현장뿐만 아니라 식품 산업이나 공공 위생 분야에까지 소독의 개념과 필요성이 확장되었다.

 

 

외상용 소독약 이외에도 외과 수술 부위 소독이나 의료기구를 멸균하는 데 쓰이는 소독 살균제, 입과 목을 가글하는 구강 살균제, 손 세척제, 오염된 물을 살균정수하는 정수제, 주방이나 화장실 등에서 쓰는 락스, 심지어 여성의 질 세척이나 성병 예방에도 소독이 쓰이며 인공눈물에도 소독제가 들어간다.

 

고대 문명사회에서도 소독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는 식초나 와인을 상처에 바르거나 소독 목적으로 사용했고 고대 중국에서는 황금이나 황산 등을 소독제로 활용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소독약은 빨간색의 ‘포비돈 요오드’다. 우리는 그걸 일본말로 ‘아카징키’나 ‘옥도정기’라고 부르며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했다. 배가 아플 때도 발랐다.

 

이 약은 초기에는 크게 머큐로크롬과 요오드팅크로 나뉘었는데, 전자는 수은 함유 문제로 인해서 퇴출되고 후자는 1990년대 개선된 약물인 포비돈 요오드로 대체되었다. 가정상비약 1호다. 바를 때도 따끔거리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포비돈 요오드, 핑크색의 클로르헥시딘, 상처에 닿으면 거품이 나는 과산화수소, 에탄올 등의 소독약이 주로 많이 사용된다. 수많은 소독약이 각자 쓰임새가 다르며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 소독약을 같이 쓰기도 한다.

 

포비돈은 강한 반응성으로 세균을 죽게 하고, 에탄올 등은 바이러스의 외피를 녹이는 작용을 하며, 과산화수소는 혈액에 섞여 있는 카탈레이스와 반응해서 활성산소가 만드는데 이 활성산소가 세포벽과 산화 반응해서 균을 죽인다.

 

소독약과 유사한 것으로는 상처에 바르는 항생제 연고인 후시딘, 마데카솔 등이 있다.

 

앞으로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소독약의 발전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화학 소독약은 환경오염이나 인체에 해로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