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이런 아빠, 이런 할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말이다.
24일 오후 6시 경남 창원시에 있는 종합병원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는 감동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3대(代)’가 분만실에 함께 있는 특별한 장면이었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장석용 교수가 딸의 자연분만을 집도해 손녀를 직접 품에 받았기 때문이다. 이 딸 또한 장 교수가 1993년에 직접 분만을 받아냈으니 2대에 걸쳐 자식과 손주를 직접 받은 의사가 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좋은 전문의라도 부모·자식의 수술을 집도하지 않으려 하는 게 관행이다.
장 교수는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산부인과 전문의다.
장 교수의 딸 보늬씨는 31년 전 자기를 받은 아버지가 자기의 딸도 받아달라고 졸랐고 장 교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장 교수는 “딸과 손녀가 세상과 처음 만나는 그 순간에 함께 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경험이었다”면서 “지금껏 산부인과 전문의로 1만 5000여 명의 새 생명을 받아냈지만 딸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긴장했다”고 말했다.
보늬씨는 자신의 첫 출산을 아버지인 장 교수에게 맡기는 데 전혀 고민이 없었다고 한다. 보늬씨는 “제 첫 아이를 출산하는 건데 아버지만큼 온 마음을 다해 신경 써 줄 의사가 대한민국에 또 누가 있겠느냐”며 “태어났을 때도 저를 받아주셨던 분이고,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큰 분이라 임신했을 때부터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연분만을 원하는 보늬씨와 평소 산모의 건강한 자연분만을 추구하는 장 교수의 생각도 맞았다.
보늬씨의 출산 예정일은 1월1일이었는데 지난 23일 밤 양수가 터지면서 급히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24일 오전 7시쯤부터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됐는데, 초산이라 자궁이 열리는 속도가 더뎠다고 한다. 중간중간 아기의 심장 박동수도 떨어지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장 교수는 “진통이 길어지면서 산모의 아버지로서 또 의사로서 딜레마가 있었다. 수많은 아기를 받았는데도 지금 내가 하는 게 맞는지를 옆에 있는 수간호사에게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12시간 진통 끝에 보늬씨는 2.85kg의 건강한 딸을 품에 안았다. 보늬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처럼 세상에 나와 준 딸이라 더 특별하다”면서 “둘째, 셋째도 세상 가장 훌륭한 의사인 아버지께 맡기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손녀의 이름을 산과 하천을 뜻하는 ‘산하’라고 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