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

‘낙태 입법 공백’...임신중절약 ‘미프진’ 언제 도입되나

현대약품, 국내 허가 재신청
식약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부터 이뤄져야”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낙태죄 처벌 조항이 무효화된 지 6년째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여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임신중지는 더이상 불법 행위가 아니지만 후속 입법 조치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재가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을 할 것을 못박았지만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임신중지는 더이상 불법이 아니지만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할 법 체계는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먹는 임신중절약 ‘미프진’ 도입도 늦어지고 있다.

 

웬만한 나라에서는 판매가 허용됐고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미프진은 국내에서만은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가 없다. 정부가 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프진은 암암리에 해외 직구 형태로 들어오고 있다.

 

올해에도 도입이 허가될지는 불분명하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마지막 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궁 내 임신 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성분명 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의 국내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했다.

 

이 약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먹는 임신 중절 약물이다.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mcg) 4정으로 구성된 형태다.

 

 

프랑스 제약사가 임신 9주까지 먹을 수 있도록 개발한 약물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90개 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05년엔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대약품은 앞서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이 약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2021년 7월에 국내 허가를 신청했지만 안전성 등에 대한 식약처의 자료보완 요청에 따라 자진 철회했다.

 

이번 신청 후에도 식약처 심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중절약 허용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문제, 의료체계 수립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신중절 의약품을 임신 중단 방법으로 추가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다수 발의됐음에도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해 처리되지 않았다. 임신중지 허용 요건을 바꾸는 형법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 국회는 낙태를 반대하는 종교계 눈치를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9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의 정책 부재가 여성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입법 공백으로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미프진 등 임신중지 의약품을 도입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미프진 도입을 촉구하는 여성 단체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지난해 7월, 유산유도제 도입을 지연시키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식약처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낙태죄 효력이 없어졌음에도 일선 병원에서 모자보건법을 이유로 임신중지 관련 진료와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고, 진료비가 과도하게 책정되며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및 멕시코에서 진행된 3건의 임상연구 결과 이 약의 임신 중절 성공률은 각 임상시험별 94.9%, 96.2%, 97.3 %였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이러한 결과는 해당 요법이 임신 63일(9주) 이하인 임신을 종료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걸 말해준다”며 “안전성·유효성을 검토받고 허가 받은 의약품을 국내에 서 판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