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

[성평등&이슈] 우리나라 성평등지수는 몇 점일까

65.4점…2010년 이래 처음 하락해
교육, 건강, 소득 평등 지수는 높아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 가장 크게 하락
앞으로는 돌봄 분담이 가장 큰 변수

한국헬스경제신문 유재민 기자 |

 

정부는 2010년부터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양성평등 수준을 가늠하고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국가성평등지수’를 조사하고 발표해 왔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실질적인 남녀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법적 토대다. 이 법에 근거하여 매년 발표되는 국가성평등지수는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런데 국가성평등지수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여성가족부는 17일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가 65.4점으로 2022년(66.2점) 대비 0.8점 하락했다”고 밝혔다.

 

국가성평등지수는 3대 목표·7개 영역·23개 지표에 걸쳐 여성과 남성의 격차를 측정한다. 완전 평등 상태는 100점, 완전 불평등 상태는 0점이다.

 

2023년 영역별 성평등 수준을 보면 교육(95.6점)이 가장 높았고, 건강(94.2점), 소득(79.4점), 고용(74.4점), 양성평등의식(73.2점), 돌봄(32.9점), 의사결정(32.5점)이 뒤를 이었다.

 

가장 크게 나빠진 영역은 양성평등의식이다. 전년 대비 6.8점이나 줄었다. 특히 양성평등의식 영역 세부 지표 중 하나인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은 60.1점에서 43.7점으로 16.4점 줄었다. 돌봄 영역도 33.0점에서 32.9점으로 소폭 낮아졌다.

 

여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돌봄 기관이 미운영되거나 원격 수업 등으로 여성의 가족 내 가사 돌봄이 늘어난 점 등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5년 간 성평등지수의 변화

 

우리나라 국가성평등지수는 조사 첫해인 2010년 66.1점을 시작으로 매년 상승해 2021년 75.4점까지 올랐다.

 

이는 교육, 보건, 복지 등 사회 전반에서 성별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기대수명, 건강검진 수혜율, 대학 진학률 등의 지표는 90점 이상을 기록하며 사실상 완전 평등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및 관리직 여성 비율, 임금 격차 등을 포함하는 이 영역은 여전히 60점대 이하로 낮게 나타나며, 가장 개선이 더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지역별 성평등지수를 보면 상위 지역(74.05∼71.57점)은 서울·대전·세종·충남·제주가 꼽혔다. 중상위 지역(70.84∼69.83점)에는 대구·광주·강원·전북이, 중하위 지역(69.76∼69.07점)에는 인천·경기·충북·경남이, 하위 지역(68.72∼67.74점)에는 부산·울산·전남·경북이 포함됐다.

 

◇성평등지수 변화가 갖는 의미

 

양성평등기본법 제정 이후, 정부 부처별로 시행된 성주류화 정책(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등)이 실제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데이터로 증명한다. 특히 육아휴직 이용자 수의 증가와 경력 단절 여성 지원 정책이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지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평등이 주로 ‘기회의 평등’(교육, 의료)에 집중되어 있으며, ‘결과의 평등’(고위직 진출, 동일 임금) 단계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지원에서 구조적 개선으로 전환해야 함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현재 성평등지수는 단순히 수치를 높이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돌봄 분담, 즉 남성의 가사 노동 및 육아 참여 비중을 높이는 것이 지수 반등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 성범죄, 강력 범죄 등 여성 안전 지표의 실질적 개선이 지수에 더 민감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한편, 국내에서 측정하는 ‘국가성평등지수’는 상승세인 반면,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국내 지표가 절대적인 삶의 질 향상을 반영한다면, 국제 지표는 국가 간 상대적 격차에 민감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간극은 한국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성평등 수준을 갖추기 위해 더 공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