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건강칼럼> 자주 쓰이는 스테로이드, 부작용 알고 쓰자

만병통치약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알고 쓰지 않으면 부작용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은직 하나로의료재단 호르몬건강클리닉 원장 · 내분비내과 전문의

 

50대 초반 여성 A씨는 폐경 이후 깊이 잠들지 못했고, 아침에 일어나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기운이 없고 입맛도 떨어졌지만 체중은 지난 1년 사이 5kg이나 늘었다. 단순한 갱년기 증상으로 여겼으나 검사 결과 혈중 코르티솔 수치가 낮았다. 알고 보니 비염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비강 분무제를 하루 3회 이상 장기간 사용했던 것이 문제였다. 치료를 위해 사용한 약이 오히려 몸속 호르몬 균형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부신은 양쪽 신장 위에 위치한 3~5cm 크기의 반원형 또는 삼각형 모양의 내분비 기관으로 여러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코르티솔(글루코코르티코이드)이다. 코르티솔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조절을 받으며,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이 이를 이겨 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이 밖에도 혈압과 혈당을 유지하며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한다. 또한 면역 기능을 조절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작용을 이용해 만든 약물이 합성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즉 스테로이드제이다. 강력한 항염증 및 면역 억제 효과 덕분에 피부질환 연고, 비염 치료용 비강 분무제, 관절통과 근육통에 사용하는 경구제뿐만 아니라, 일명 ‘뼈주사’라 불리는 주사제 등 다양한 형태로 널리 처방된다.

 

감기 몸살 증상 완화에도 쓰일 만큼 대중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활용 범위가 넓은 데다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기 때문에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의약품 피해는 오용과 남용에서 시작된다.

 

스테로이드제, 오래 쓰면 생기는 문제

 

좋은 약도 잘못 쓰면 문제가 생긴다. 스테로이드제는 비강 분무제, 피부 연고, 관절 주사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기 때문에 환자가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다 보니 스테로이드 치료를 계속 원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처럼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또는 과다하게 사용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 억제로 인해 감염에 취약해지고, 스테로이드 안약을 오래 사용하면 안압 상승과 녹내장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한 뼈주사도 지속적으로 맞게 되면 중심성 비만과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그스름하고 부어 보이는 쿠싱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드물게 무혈성 골 괴사나 근육 위축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은 장기간 사용하다가 이를 중단할 때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부신피질기능부전증’이다.

 

스테로이드제 중단 후 생길 수 있는 위험

 

부신피질기능부전증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최근 가장 흔한 것은 장기간의 스테로이드제 사용이다.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면 우리 몸은 이 호르몬이 충분하다고 인식해, 이를 조절하는 시스템인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억제하고 코르티솔 생산량을 줄인다.

 

합성 스테로이드제는 1회 투여 후 우리 몸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억제되는 시간에 따라 단기(8~12시간), 중기(18~36시간), 장기(36~54시간)로 나뉜다. 이는 약효 지속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형 스테로이드제를 과다 용량으로 사용하면 이 조절 체계가 더욱 심하게 억제된다.
 

또한 오랜 기간 사용할수록 부신피질이 위축되어 코르티솔 생산이 중단된다. 이 상태에서 투여하던 스테로이드제를 갑자기 중단하면 부신피질기능부전증이 발생한다. 무기력, 근육통, 오심, 구토, 식욕 부진, 오한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급성 부신피질기능부전증이 발생해 의식 저하 등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안전하게 끊으려면

 

치료 목적을 달성했을 때, 또는 그 효과가 불명확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때 중단을 결정한다. 보통 3주 이내의 단기간 사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료 목적으로 처방된 스테로이드제를 3주 이상 사용한 경우에는 의사 지시에 따라 서서히 용량을 줄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기형 또는 단기형 스테로이드제로 바꾸면서 용량을 줄여 나간다. 억제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은 스테로이드제 중단 후 약 4주부터 회복되기 시작하여 길게는 6~9개월에 걸쳐 회복된다. 연령이 높을수록 회복이 느리며, 50~60대가 넘어가면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스테로이드제를 매일 투약해야 한다. 코르티솔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근육을 키우거나 성기능 증진을 위한 남성호르몬제 및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오남용 외에도, 치료용 합성 스테로이드제를 무분별하게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테로이드제는 잘 쓰면 효과적인 치료제이지만, 장기간 또는 과도하게 사용하면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다면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지시받은 복용법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중단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때,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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