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제왕절개 신중하게 선택해야

자연분만, 의학적 문제 없으면 권유돼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의혁 차의과대학,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제왕절개, 이제는 선택의 시대
마취 기술과 수술법 발달로 최근에는 제왕절개를 시행하여도 분만 후 부작용이 자연분만과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진통과, 진통 중 겪게 될 고통 그리고 자연분만 중 골반 장기의 손상으로 인한 분만 후 요실금 등 비뇨부인과적 문제에 대한 걱정도 많다. 이 때문에 의학적 필요성이 없어도 임부의 요청으로 제왕절개를 하는 ‘선택제왕 (Cesarean Delivery on Maternal Request, CDMR)’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성 인권 향상으로 임부가 분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된 것 역시 선택제왕 비율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이런 경향은 일반인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데, 특히 산과 의사, 비뇨기과 의사,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택제왕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분야 의사들의 경우 분만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직접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큰 문제 없이 분만을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전체 분만 중 선택제왕을 선택하는 비율이 1% 미만이고 전체 제왕절개의 3%쯤 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제왕절개율은 67.4%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예를 보더라도 전체 제왕절개의 50% 정도가 선택제왕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선택제왕의 장점과 문제점
선택제왕은 골반장기의 보호와 진통에 대한 두려움 감소 외에도 진통 분만 중 태아가 손상을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의사와 임부뿐 아니라 보호자도 예정한 계획에 따라 시행할 수 있어 원하는 시간에 분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에 실린 중국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산모 및 태아에 나타나는 부작용은 선택제왕과 자연분만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신생아의 출생 손상, 감염,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비율은 선택제왕군에서 더 낮았다. 태아 측면에서 보면 일정 부분 선택제왕 쪽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선택제왕 그룹에서 호흡 곤란 증후군의 발생률이 높았는데 특히 39주 이전의 그룹에서 그 정도가 심했다. 많은 임부가,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응급으로 제왕절개를 시행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거기에 또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며 억울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선택제왕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제왕절개로 분만을 한 후 산모들이 호소하는 부작용 중 하나는 분만이 한참 지난 후에도 자궁 내 태반 찌꺼기나 혈종 등이 잘 배출되지 않는 것이다. 자연분만을 하면 자궁경부가 넓어져서 분만 후 오로(혈액, 점액, 자궁 속막 조직 등)가 잘 배출되는데 제왕절개를 하면 자연분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궁경부가 좁아 오로 배출이 어렵고 이는 자궁내막염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다만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수술로 전환하는 경우는 자궁경부가 어느 정도 넓어진 상태여서 오로 배출이 용이하다. 따라서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이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제왕절개든 자연분만이든 산모에게 생기는 부작용 중 가장 큰 문제는 분만 후 출혈인데,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수술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선택제왕 분만을 시도했을 때보다 출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수술 부위 상처에 염증이 발생하는 빈도는 더 높다.

 

선택제왕을 원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제왕절개를 시행하면 다음 출산 때에도 또 제왕절개를 시행하여야 하는데, 다음 임신 중에 자궁 파열의 위험이 있고 전치태반(태반이 정상 위치보다 아래쪽에 자리 잡아 자궁안 구멍을 막은 상태)이나 유착태반(자궁 속막에 염증 또는 다른 이상이 있을 때에 태반의 일부나 전부가 자궁에 유착되는 일)이 형성될 위험이 높아서 임신 중 불안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자녀를 원한다면 되도록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이는 의학적 관점뿐 아니라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권유할 만하다. 실제로도 엄마가 자연적으로 아이를 출산했을 때가 선택제왕으로 출산했을 때보다 성취감이 높은 것을 보곤 한다. 입원 기간도 짧을 뿐아니라 회복 역시 빠르다. 출산 직후 아빠가 탯줄을 직접 자를 수 있고 아빠, 엄마가 아기와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가족 간 유대감을 높인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에서 발표한 ‘선택제왕에 대한 가이드 라인(2019)’에서는 임부나 태아를 위하여 제왕절개를 꼭 해야 할 의학적 이유가 없다면, 의사는 임부에게 자연분만이 더 안전하고 적절한 방법임을 설명하고 권유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선택제왕은 의료 기술의 발전이 낳은 또 하나의 출산 방식이지만, 그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출산은 단순히 ‘편한 방법’을 고르는 일이 아니다. 엄마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아이의 미래를 함께 고려하는 결정이어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