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몇 년 만에 만난 반려동물이 보호자를 알아보거나, 소음이 심해 과거에 피했던 특정 장소를 여전히 가기 싫어하는 모습 등을 통해 사람들은 반려동물도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기기도 한다. 과연 사람들의 생각은 맞을까?
지속과 저장에 따른 기억력의 종류
기억력은 정보를 인지하고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는 능력이다. 기억은 정보를 유지하는 지속 시간에 따라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단기기억은 20∼30초간 유지되는 짧은 기억으로 주로 해마에 저장되며, 장기기억은 반복이나 학습을 통해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유지되는 기억으로 대뇌피질에 저장된다. 사람의 단기기억은 일반적으로 20∼30초 정도 지속되지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몇 분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감정 상태, 주의력,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 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동물의 단기기억력은 어느 정도일까
반려동물도 단기기억력을 갖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 요한 린드 연구팀이 국제저널 「행동 과정」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강아지는 이전에 본 정보를 약 2분 정도 기억하지만, 그 이후에는 빠르게 잊어버린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데이비드 맥비와 키어 피어슨 연구팀이 「현대생물학」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고양이는 10분 이상 최근 경험을 기억하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앞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가 강아지보다 단기기억력이 뛰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양이도 먹이와 관련된 것처럼 자신에게 유용하고 중요한 정보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기기억력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단기기억력 차이는 왜 생긴 것일까
반려견은 사회적 무리 생활 개체로서 보이는 기억 특성이 있다. 그들의 조상인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냥하거나 다른 동물의 잔해를 먹는 잡식 동물로, 무리 내에서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존했기 때문에 개체 간의 유대뿐 아니라 사회적 신호를 기억하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따라서 반려견은 ‘이 신호를 들으면 보상이 있다’는 식의 연관 학습에 매우 능숙해졌다. 이는 사람과 의 관계 속에서 훈련이 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려견에게는 사건 자체보다 주인과의 상호작용이나 단서를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짧은 시간 내에 신호를 파악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었다.
한편 반려묘는 독립적인 사냥꾼의 기억 특성이 있다. 반려묘는 단독으로 사냥하는 독립적인 포식자로서, 다음 사냥 기회를 위해 먹잇감이 서식하는 위치나 이동하는 경로 등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따라서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먹잇감의 위치, 숨을 곳 등 공간 정보를 정확히 기억하는 능력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이는 공간 기억력의 발달로 이어진다. 반려묘는 먹이 위치처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흥미 없는 정보는 빨리 잊는다,
결국 반려견은 무리 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억 능력이 발달했고, 반려묘는 단독 사냥꾼으로서 독립적인 행동에 필요한 기억 능력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으며, 반려견과 반려묘는 각자의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최적화된 기억 방식을 갖게 된 것이다.
반려동물의 장기기억력
반려견의 단기기억력은 반려묘에 비해 짧지만, 장기기억력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의 클라우디아 푸가자 연구팀은 반려견 17마리를 대상으로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도록 훈련시켰더니, 24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여 행동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즉 과거 경험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특히 감정적인 경험과 연결된 기억은 더 오래 지속하였다고 한다.
한편 같은 대학교의 피터 젠치 연구팀은 「동물인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15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생후 8주 만에 어미 고양이와 격리시킨 후 1년 뒤에 어미의 냄새를 묻힌 면봉에 대한 반응을 조사하였는데, 어미를 기억하는 듯한 증후를 보였다고 한다. 반려묘는 과거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잘 기억하며, 감정적으로 부정적이었던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해당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반려동물은 주인을 어떻게 알아볼까
단기기억력이 2분 내외인 반려견이 주인을 알아보는 것은 반복 학습 효과이다. 반려견은 주로 뛰어난 후각, 청각 그리고 시각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주인을 알아본다. 사람에게는 시각이 가장 중요하지만, 반려견에게는 후각이 가장 우선시된다. 반려견은 사람의 냄새 중 땀에 포함된 휘발성 지방산 성분을 감지하여 주인과 타인을 구별한다.
주인이 오랜 기간 집을 비워도 냄새를 통해 주인을 기억하며, 재회했을 때 폭발적으로 기뻐하는 것도 냄새를 맡고서 확신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려견의 청력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서, 주인의 발걸음 소리나 그가 모는 차 소리만으로도 주인이 왔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톤, 음높이, 리듬 등 목소리 특징도 다른 사람과 주인을 구별하는 요인이다.
피터 젠치 연구팀은 「동물인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반려견에게 칸막이 뒤에서 주인 목소리와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들려준 결과, 주인 목소리에 반응하였다고 서술했다. 반려견은 주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뇌 영역을 따로 가지고 있을 만큼 시각 정보 역시 중요하게 활용하는데, 심지어 사진만 보고도 주인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반려묘는 냄새로 주인을 알아본다. 일본 도쿄농업대학교 유타로 연구팀은 주인의 체취를 묻힌 면봉을 30마리의 반려묘들에게 제시한 결과, 주인 냄새보다 낯선 사람의 냄새를 두 배나 오래 맡았다고 보고하였는데,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였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반려묘가 비록 독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분명히 “주인을 인식하고 기억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반려묘도 주인의 목소리 톤과 음색을 기억한다. 흔히 고양이의 시력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단순히 사람이 보는 방식과 비교한 결과일 뿐이고, 실제 고양이는 자신의 생활 양식에 맞는 시각 능력이 발달해있다. 이에 따라 주인의 전반적인 생김새와 걸음걸이, 행동 패턴 등을 기억하여 주인을 인식한다고 한다.
반려견과 반려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있다. 특히 정서적 상황은 더 잘 기억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이 좋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