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열쇠나 지갑을 어디에 놓았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건망증)
다리미를 냉장고 안에 집어넣거나 커피통에 손목시계를 둔다. (치매)
평소 하던 말이 쉽게 잘 안 떠오른다. (건망증)
전혀 엉뚱한 단어를 사용해 문장 전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치매)
위 사례는 미국 알츠하이머학회가 정리한 건망증과 치매 구분 사례 중 일부다.
사람들은 자꾸 무언가를 잊거나 실수를 하면 내가 치매가 아닌가 걱정을 한다.
그런데 건망증과 치매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건망증은 ‘현상’이고 치매는 ‘질병’이다.
건망증은 노화나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 장애 현상이다. 기억력 상실을 스스로 인지한다. 힌트를 주거나 시간이 지나면 쉽게 기억을 회복할 수 있다.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은 기억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잊을 수 있다. 이는 뇌의 정보 검색 및 회상 능력에 일시적인 장애가 생긴 상태로 볼 수 있다.
치매는 뇌의 정보 저장 단계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건망증과 달리 기억력 감퇴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 힌트를 줘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건이나 상황 전체를 잊어버린다. 오래된 일은 잘 기억하지만, 조금 전이나 어제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병이다.

한편 ‘경도인지장애’라는 게 있다. 이는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 단계로, 인지 저하를 느끼지만 일상생활 수행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건망증은 스트레스, 피로, 수면 부족, 과음, 특정 약물 복용, 갑상선 기능 저하, 우울증 등 다양한 요인이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및 뇌 손상이 원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 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97만 명(치매 유병률 9.17%), 2026년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잊어버리는 일이 잦고 감정 기복이나 성격 변화가 동반된다면 치매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주 다니던 길을 기억하지 못해 헤매거나 예전엔 꼼꼼했던 사람이 실수를 반복하는 식의 변화는 단순 건망증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런 변화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주변 지인이 먼저 알아차리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건망증으로 가볍게 넘기기보다 조기 진단을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뇌 MRI, 치매선별검사(MMSE), 혈액 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치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예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