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자신을 강간한 50명 공개재판 세운 佛 여성, ‘최고 훈장’ 받아

프랑스서 ‘용기의 상징’으로 떠오른 지젤 펠리코
남편이 약물 먹인 후 남성들에게 강간 사주
당당하게 매번 재판 출석해 증언..“부끄러움은 피고인들 몫”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수치심은 피해자인 제가 아니라 가해자가 가져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저보고 용감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용기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결단일 뿐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남편의 사주로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 50명 남성에 대한 재판에 매번 출석해 증언한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72)가 프랑스 최고 영예 훈장을 받게 됐다.

 

13일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지젤은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바스티유데이(7월14일)를 앞두고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중 슈발리에(Chevalier·기사) 등급 서훈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희대의 강간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던졌다.

 

지젤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3)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간 지젤에게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모집한 남성들을 불러들여 지젤을 성폭행하게 했다. 가담자는 72명이고 직접 가해자는 50명에 이른다.

 

남편 도미니크는 수퍼에서 여성 속옷을 몰래 찍다가 붙잡히는 바람에 범행 전모가 드러났는데 경찰은 그의 집에서 수많은 아내 성폭행  테이프를 발견했다. 

 

지젤은 그때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젤은 성범죄 피해자로서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름과 얼굴을 드러낸 채 직접 아비뇽 법원에 매번 출석해 범죄 피해를 증언했다. 2024년 9월 첫 재판부터 12월 선고 때까지 매번 나갔다. 지젤은 사건을 만천하에 밝히기 위해 공개 재판을 희망해 재판 과정이 언론과 방청객에 공개됐다.


그가 법원에 나갈 때마다 프랑스 여성들이 주변에 모여 그를 응원했다. 지젤은 프랑스 언론의 초점이 되었고 ‘진정한 용기와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도미니크에게 징역 20년을, 나머지 50명에게 징역 3~15년을 선고했다.

 

수사 당국은 성폭행 92건, 가담자는 72명이라고 발표했다. 강간범 모두 펠리코 부부가 살던 마을 반경 50㎞ 내에 살아온 평범한 남성들이었다. 직업은 다양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성폭력 가해자는 어떤 사람들이고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등이 다 공개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해자 유죄 판결 뒤 “지젤의 품위와 용기는 프랑스와 전 세계에 감동과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지젤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25년 올해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내년 초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