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

[건강상식 허와 실] <42>혀 부위 별로 느끼는 맛이 정말 다를까

‘혀맛 지도’는 1970년대에 오류로 밝혀져
특정 미각 수용체는 혀 모든 부위에 골고루 분포
교과서에서도 사라져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과거 교과서에서 혀 부위별로 느끼는 맛이 다르다는 ‘혀맛 지도’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다섯 가지 기본 맛인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을 혀의 특정 부분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 교과서에서 혀맛 지도는 사라졌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정 미각은 혀의 특정 부위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혀 전체에서 느끼는 감각이다.

 

혀맛 지도는 1901년 독일 과학자 다비드 해니히가 혀의 각 부위 별로 상대적 미각 민감도를 연구한 것이 시작이었다. 혀의 부위마다 네 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신맛)을 느끼는 상대적 민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뒤 1942년에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드윈 보링이 이를 그림(지도)으로 시각화해 널리 알리면서 교과서와 의학 저널에 혀맛 지도가 정설처럼 자리잡았다.

 

 

단맛은 혀끝,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 뒤, 짠맛은 혀 가장자리라는 이 이론은 1970년대 이후 미각 수용체의 실제 분포와 기능이 밝혀지면서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실제 맛 수용체인 미각 세포(미뢰, Tongue Papillae 혹은 Taste Buds)는 혀 전체에 분포되어 있고, 모든 영역에서 모든 맛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74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과 버지니아 콜링스 박사가 헤니히의 실험을 그대로 재현했고 맛 종류마다 상대적인 민감도는 다르지만, 특정 맛을 특정 부위만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후 미각 수용체 연구가 지속되며 혀 전체에 다양한 맛 수용체가 고르게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혀 맛 지도가 잘못됐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다만 혀의 부위에 따른 상대적인 민감도 차이는 어느 정도 존재할 수는 있다는 점은 인정됐다. 혀의 어느 부분에서든 모든 맛을 느끼지만, 아주 미세하게 특정 맛에 더 민감한 부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혀맛 지도처럼 뚜렷하게 구분되진 않는다.